[식품박물관]②74년생 초코파이 동갑내기 개발팀장의 꿈
by이성기 기자
2018.01.18 06:00:00
1년에 초코파이 3000여개 맛봐
맛 차이 구분 위해 술담배 NO
"아프리카 아동위한 초코파이 만들고 싶어"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초코파이’의 원조는 1917년 미국의 채타누가 베이커리로, 현재도 문파이(Moonpie) 상표명으로 마트 등에서 팔리고 있다. ‘초코파이 情’ 역시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이 미국 출장 중 우연히 맛보게 된 제품을 국내에서 재현해 낸 것이다.
현재 초코파이의 연구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강수철(44) 파이개발팀장이다. 초코파이와 동갑인 1974년생인 강 팀장은 2002년 오리온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파이만 담당하며 그 동안 셀 수 없이 초코파이를 맛봤다.
강 팀장은 “하루에 최소 10개 이상의 초코파이를 ‘관능’(官能)하니 1년으로 치면 3000개 정도 되는 셈”이라며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 제품까지 계속 먹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기계로 평가하기 어려운 맛·향기 등을 혀와 코 같은 인체 감각 기관으로 가늠하는 일을 ‘관능 검사’라 한다.
강 팀장은 직업 특성상 담배를 안 피우고 술도 주말에만 가끔 마실 정도.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분하려면 입맛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직업 정신’ 때문이다.
16년간 파이 품질을 관리해 온 강 팀장은 “일반 소비자는 ‘부드럽다’고 단순히 표현하지만 수분·기름 성분·초콜릿·마시멜로 함량 등에 따라 30가지 정도로 부드러움을 구별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원료를 내 집 주방보다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것도 그가 속한 파이개발팀 원칙 중 하나다.
품질 관리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도 그가 속한 개발팀 몫이다.
2016년 3월 오리온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출시한 ‘바나나 초코파이情’ 역시 그가 개발을 주도한 작품이다. 1974년 초코파이 탄생 42년 만의 첫 신상품이었다.
바나나맛 연구 개발에는 3년이 걸렸다. 초코파이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웰빙 열풍’ 등 현대적인 감각까지 더해야 했다. 사과·배·자몽·오렌지 같은 과일을 비롯해 너트류·우유 등 온갖 재료를 파이에 넣었다 뺐다 하는 시행착오를 거쳐 바바나가 낙점됐다.
그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로 오랜 시간 팀원들과 함께 도전하다 보니 팀워크도 자연스레 두터워졌다”고 돌이켰다.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는 초코파이 품질을 6개월마다 개선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초코파이가 ‘국민 과자’를 넘어 ‘글로벌 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기본 레시피는 같아도 26가지 원료를 선정하고 배합하는 비율은 나라마다 다르다. 나라별 문화와 특성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마시멜로의 원료가 되는 젤라틴이다. 기본적으로는 돼지피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소피 젤라틴을 사용하고 할랄(halal·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증도 받는다. 또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 수출하는 제품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사용한다.
강 팀장의 최종 목표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초코파이를 만드는 일’이다.
그는 “수출 국가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이고 베트남에선 고급 과자 대접을 받아 제상에 오를 정도”라며 “아이들 손에 초코파이가 들려 있는 모습을 볼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제가 어릴 적 초코파이 하나로 느꼈던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쉽게 사먹을 수 있으면서 무더운 날씨에도 손에서 안 녹고 입에선 잘 녹는 초코파이, 그걸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 1974년 출시된 ‘초코파이’. 올해로 마흔네 살이 됐다.(사진=오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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