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시위 공존 서울대 광장…본관 점거에 조교파업까지
by김성훈 기자
2017.05.18 05:00:00
점거농성 16일째, 비학생조교 측은 총파업 돌입
연이은 내홍에 축제 분위기 ''뒤숭숭''
학생 측 "축제 계기로 관심 더해지길"
|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 잔디광장에서 재학생들이 축제 ‘뭔나라 이런나라’를 즐기고있다. 행정관 앞에서 잔디광장을 바라본 모습. (사진=이슬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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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이슬기 기자] 서울대 축제 ‘뭔나라 이런나라’가 시작한 지난 16일 오후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 유명 아이돌 그룹의 노랫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와중에 잔디광장 건너편에선 “비(非)학생조교 고용 문제를 해결하라”는 외침이 들렸다. 행정관 앞에 모인 비학생조교 50여명은 “고용보장 댓가로 과도한 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위중이었다. 대형 엠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이들의 목소리는 금세 묻혀버렸다. 시위대를 배경으로 학생들은 주점에서 술을 마시거나 트램펄린 위에서 뛰어놀았다. 시흥캠퍼스 설립을 둘러싸고 대학 본부 측과 총학생회 간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비학생조교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서울대가 우울한 축제시즌을 보내고 있다.
행정관에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성낙인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점거 농성이 16일째 이어지고 있다. 대학 본부가 지난 8일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 4명을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발하면서 강경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비학생조교 130여명도 1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지난 1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열린 조정이 최종 결렬되자 쟁의에 나섰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측은 “지노위에서 열린 학교 측과 3차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며 “지난해 12월 고용보장을 약속한 학교 측과 5개월 넘게 협상을 벌였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22일 비학생조교의 정년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뒤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월 28일자로 계약이 만료된 비학생조교 33명은 현재 사실상 ‘일시해고’ 상태다. 학교 측은 교내 다른 무기계약직과의 형평성을 고려, 법인직원 8급 임금의 85% 수준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련 비학생조교 대표는 “학교 측이 적게는 25%에서 최대 44% 수준의 과도한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간제법을 준수하고 부당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학생조교 고용보장 사회적 약속 이행 및 문재인 정부 국립대 비정규 조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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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운영위원회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 측도 점거 농성이나 비학생조교 파업에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잔디광장 내 주점에서 만난 1학년 유모(20·여)씨는 “평소 점거 농성이나 파업 등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화학부 4년 한모(23·여)씨는 “점거 농성이나 비학생조교 문제가 오랜 기간 해결이 안 된 데에는 그만큼 학생 사회의 관심이 덜했던 이유도 있었다고 본다”며 “점거 농성과 파업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축제가 진행되는 만큼 이번 축제를 계기로 학생들의 관심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