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6.01.28 06: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고급화과 대중화. 한국 스마트폰 업체에게 올해 화두는 이 두가지로 요약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고가 제품으로 ‘깃발’을 꽂고 시장을 선도해 가는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은 예년처럼 치열하다. 그런데 신흥국 중심으로 열리는 중저가 시장도 놓칠 수 없다.
최근 전자업계 최고 화제는 LG전자(066570)가 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전략 스마트폰 ‘G5’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었다. 세계 1위 삼성전자(005930)가 이미 ‘갤럭시S7’을 MWC에서 공개하기로 한 상태에서 LG전자가 최초로 이 전시회에서 삼성 프리미엄 제품에 ‘맞불’을 놓은 셈이기 때문.
LG전자 관계자는 “G시리즈가 다섯번째 버전까지 나오면서 성능 디자인 모두 점차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경쟁사 제품들과 맞대결을 펼쳐도 좋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결국 프리미엄 제품의 성공이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회사 역량을 모아 신제품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의욕적으로 출시했던 G4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지난 3분기 세계 판매 점유율에서 레노버에 밀려 6위로 떨어진 상태다.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1위 삼성전자도 고심이 깊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출하량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3억2000만대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2.3%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에 기록했던 32.3% 대비 2년 만에 10%포인트 감소하는 것이다. 애플이 하반기 아이폰7을 출시할 예정이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한판 승부가 올해 또 기다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강의 하드웨어 경쟁력 외에도 삼성페이 등 삼성만의 서비스를 통해 시장에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저가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삼성전자는 갤럭시A5·7을 LG전자는 K10을 새해 첫 제품으로 출시했다.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말처럼 갤럭시S7, G5는 각사의 스마트폰 전략 ‘깃발’을 꼽는 데 중요한 위치지만 올해 한국 스마트폰 새 전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작년까지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했던 중국 시장의 성장률이 완만해지면서 올해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연초 출시된 갤럭시A 시리즈나 K10의 경우 출고가가 한국돈 50만원대, 20만원대이지만 가격을 뛰어넘는 사양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다. 중저가 라인업을 점차 확대해 신흥국 중심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주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특히 스마트폰 라인업 재정비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확대하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는 “고가와 중저가 두 가지 전쟁을 치르려면 군사가 양쪽에 다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두 시장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그간 개발 단계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여러 제품을 출시하며 양적으로 밀고 나갔는데 될 만한 ‘똘똘한’ 제품에 집중해 고객을 사로잡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4분기 (애플 회계년도로 2016년 1분기) 부진은 여타 업체들에게 희소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애플의 신제품(‘아이폰7’)이 예전처럼 3분기에나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기 때문에 올 1분기 전략 제품 출시를 앞둔 국내 업체들에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운신의 폭이 확대될 듯”이라며 “두 회사 모두 다음달 각각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G5’를 내놓을 예정인데 애플이 침체된 틈을 타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