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기업의 글로벌 도전 정거장, 새 꿈에 도전하다
by천승현 기자
2016.01.25 07:00:00
강호경 바이오써포트 대표 인터뷰
2000년 설립 이후 100여개 의약품 공장 신증축 컨설팅
부적합률 0%..미국·유럽 진출 조력자
유바이로직스 설립해 콜레라예방백신 개발 중
개인 맞춤형 치료 체험관도 추진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최근에 준공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최신 공장 대부분은 우리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제약기업의 세계 도전을 위한 정거장 역할을 톡톡히 했죠.”
최근 경기 안양시 본사에서 만난 바이오써포트의 강호경(48) 대표이사는 15년의 의약품 공장 설계 컨설팅 경험에 깊은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업계에서 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은 최첨단 장비를 구축해도 정부가 정한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생산할 수 없다. 유럽(EU GMP), 미국(cGMP)에 진출하려면 해당 국가의 GMP 기준을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바이오써포트는 제약·바이오기업이 공장을 건설할 때 설계 전 단계에서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다. 강 대표는 “제약사 공장은 다른 건물과는 달리 의약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고도의 정밀함이 필요한 의약품을 규격에 맞게 만들려면 건축 설계사가 설계도를 그리기 전에 우리의 개념 설계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약사의 시장 영향력이나 연구개발(R&D) 역량도 고려해 제품 생산량과 중장기적 생산계획도 예측해 새 공장의 설계도에 반영하도록 조언해주는 방식이다.
GMP 컨설팅은 단순히 의약품을 잘 만드는 수준을 뛰어넘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강 대표는 “GMP 컨설팅을 통해 공장을 건설하면 최신기준에 적합한 시설을 도입할 수도 있을뿐만 아니라 공장 건설에 소요되는 시간도 몇 배 단축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2년 옛 동아제약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제약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제약장비를 취급하는 수입회사에서 일하면서 GMP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때 그는 정부의 규제 강화를 예측했다.
강 대표는 “미국에서는 엄격한 GMP 기준이 1987년 시행됐는데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도입될 것이라고 판단해 GMP 컨설팅 사업에 뛰어들었다”면서 “미국, 독일 등 다국적기업들이 GMP 컨설팅 사업을 독점했을 당시 다국적기업의 컨설팅 비용보다 10분의 1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고객들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08년 품목별 사전 GMP’라는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도입한 것. 이 제도의 도입으로 신규허가받는 의약품은 모든 품목마다 제조공정 품질관리 수준이 사전에 적합 판정을 받아야 한다.
GMP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실 국내제약업계는 혼돈에 빠졌다. 제약사들은 새롭게 공장을 짓거나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컨설팅 업체를 찾아 나섰고 이때부터 바이오써포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바이오써포트의 손을 거쳐 신·증축한 공장만 한미약품(128940)·동아에스티·SK바이오팜 등 100여개에 달한다.
최근 국내 제약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GMP 컨설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국내업체가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할 때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의 실사를 거쳐 생산시설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새 공장의 설계 단계부터 바이오써포트의 지원을 받고 공장을 신축하거나 증축했다. 최근 바이오써포트의 컨설팅 업무의 90% 가량이 미국이나 유럽 진출에 대비한 공장 신·증축이 차지한다.
강 대표는 “GMP 컨설팅 업체는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전의 정거장 역할을 한다. 국내 모든 의약품 바이오·의료기기의 최종 기술은 바이오써포트로 집합된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가 바이오써포트에 직접 ‘SOS’를 요청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길리어드가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기로 한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제조시설이 기준 이하에 이르자 바이오써포트에 직접 컨설팅을 부탁한 것이다.
바이오써포트가 신·증축에 관여한 제조시설이 단 한번도 생산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강 대표의 가장 큰 자랑이다. 식약처가 제조시설을 점검할 때 1050개의 항목을 들여다보는데 단 한 건도 미흡하다고 지적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운 좋게도 지금까지의 승률은 100%다. 부적합이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식약처에서도 제약사 공장을 지을 때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바이오써포트를 아시아 최고의 컨설팅 업체로 육성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미국은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GMP 컨설팅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가 1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0.1%도 안된다”며 “국내 제약업계도 해외로 나가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컨설팅 수요도 늘 수 밖에 없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GMP 컨설팅 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최근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지난 2010년 설립한 바이오업체 유바이오로직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5년 동안 콜레라예방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콜레라예방 백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유바이로직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 절차를 거쳐 올해에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는 유바이로직스의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 대표와 바이오써포트가 대주주로 2014년 설립한 웰빙프러덕츠는 환자들에게 예방,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웰빙 체험관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는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체험하고, 헬스케어관에서는 개인에 맞는 건강관리나 치료를 제공받는 시스템이다. 현재 시흥 1호점이 공사 중이며 신사역, 제주 등 5호점까지 예약된 상태다. 웰빙프로덕츠는 2020년까지 국내에 100개, 중국에 1000여개의 체험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국내 제약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면서 국민들의 보건 향상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대표는 1968년 출생으로 경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인제대 제약공학 석사와 경성대 약학대학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동아제약에 입사했고 2000년 바이오써포트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