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돌아온 '장관들'…김명곤 vs 유인촌

by김미경 기자
2015.04.13 07:37:19

김명곤 '아버지' 그린 두 작품 출연
"남은 인생 창작에 전념"
유인촌 연극 '페리클레스'서 1인2역
"후배 설 자리 늘리겠다"

올 상반기에만 연극 두 편에 한꺼번에 출연하는 김명곤(왼쪽). 연기와 연출은 기본이고, 대본 작업에 제작사 운영까지. 그가 여전히 현역 광대로 불리는 이유다. 체력관리도 ‘동양적’으로 한다는 그의 주특기는 고전 비틀기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좋은 사람 만나고 하고 싶은 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르다. 이제 정치는 안 한다”라고 단박에 선을 긋는 유인촌은 연극에만 나서고 싶다. “후배들이 나설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란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제 정치 외도는 없다. 연극은 운명 같은 일.” 두 명의 ‘광대’가 돌아왔다.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의 무대 복귀다. ‘전직 장관’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두 배우 얘기다. 한때 문화행정을 좌지우지했던 장관 출신 배우 김명곤(63·2006. 3~2007. 5 문화부 제8대 장관)과 유인촌(64·2008. 2∼2011. 1 문체부 제1대 장관)이 그들이다.

김명곤은 16년 만에 연극 ‘아빠 철들이기’(19일까지 국립극장 KB하늘극장)와 ‘아버지 2015’(5월 1일~7월 26일 동양예술극장 2관) 등 두 편에 연달아 출연한다. 오늘날 대비되는 두 모습의 ‘아버지’를 그린다. 배우 유인촌은 2013년 연극 ‘파우스트-괴테와 구노의 만남’으로 7년여 만에 무대 복귀 후, 지난해 ‘홀스또메르’에 이어 1년여만에 예술의전당 제작 연극 ‘페리클레스’(5월 12~3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나선다. 외부 단체와는 첫 작업이다.

두 전직 장관이 각자 특성을 살린 ‘퓨전마당극’과 ‘셰익스피어 고전’으로 무대에 서는 만큼 연극계 안팎에서 기대가 높다. “왜 다시 무대인가.” 그들을 따로 만나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천상 우리네 아버지 ‘김명곤’…“남은 인생 창작에 전념”

관복 입었어도 내 본업은 예술가

연극계 현실적인 지원 이뤄져야

△왜 다시 무대인가=무대에서 사는 사람이었는데 떠나 있었다. 그동안 연출과 극단 운영 등으로 정신 없이 보냈다. 1999년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16년만이다.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됐다. 마당극은 뛰고, 구르고, 노래도 불러야 해서 체력적 소비가 많다. 그래도 8일 정도 지났는데 ‘아직 견딜만 하다’는 게 확인된 것 같아 다행이다.

김명곤 전 장관이 질문에 답한 후 웃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게다가 두 편이다)=‘아빠 철들이기’는 지난해 처음 접했다. 젊은 감각의 ‘심청전’이 코믹하면서도 이 시대의 아버지를 위로하는 데 잘 맞을 것 같았다. 퓨전극이면 더 재미있겠다 싶었다. 바로 각색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동양대에선 다른 요청이 들어왔다. 최근 학교측이 인수한 동양예술극장의 개관공연으로 내가 극연출을 한 ‘아버지’를 올리자는 얘기였다. 형식도 분위기도 다른 두 작품을 통해 아버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하기로 했다.

△유인촌 전 장관이 비슷한 시점에 연극무대에 선다. 안면 있나=국립극장장(2000~2005) 시절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종종 만났다. 작품을 함께한 적은 없다. 내가 마당극·민족극 같은 전통창작극을 해온 데 비해 유 전 장관은 서양고전을 주로 한 걸로 안다.

△전 장관 호칭이 여전히 익숙하다는 이들이 많다=제작자로서 작업하다보니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점점 배우로 인식하고 있다. 당연하다. 내 본업이 연극인이었고 관복을 입었더라도 벗으면 예술가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영양분이 됐다. 하나의 예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행정, 정책 등 전방위적인 일을 알아야 한다. 다만 남은 인생은 창작에만 쏟겠다.



△연극계 여전히 어렵다.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현장에 다시 와 보니 더욱 실감한다. 시장 상황에 맡겨 내팽겨쳐 놓으면 연극은 사라질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비상업적 공간을 예술가에게 임대해주고 인건비를 보전해준다. 장관시절 정책적 지원에 힘썼지만 쉽지 않았다. 지원금 자체가 부족하니 문화예술쪽을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기업후원도 해봤지만 힘들더라. 정확한 실태 파악과 현실에 맞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향후 계획 및 후배들에게 한 마디=우선 두 작품에 올인하겠다. 지방공연 초청이 들어오고 있어 하반기에도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우리 전통전설에서 소재를 찾아 오늘날의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다. 후배들에게는 연극을 왜 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심각하게 질문했으면 좋겠다. 연극은 수단이 아니어야 한다.

▲늙은 페리클레스의 독백 ‘유인촌’…“후배 설 자리 늘리겠다”

“젊은 연극인들과 작업 기분 좋아

극장 대여 후배 인문학 교양 필요해”

△왜 다시 무대인가사실 최근까지 주로 지방을 돌면서 공연했다. 퇴임하고 나와서 소년원 아이들과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예술의전당의 제도권(?) 무대는 퇴임 후 처음인 셈이다. 연극무대, 배우가 내 천직이다. 연기하는 것은 떠날 수 없는 일이다.

유인촌 전 장관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1인2역이다)=셰익스피어 고전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특히 고전은 삶을 내다볼 수 있고 잃어버린 옛것에서 오늘을 알려준다. 양정웅 연출과는 첫 작업인데 오랜만에 젊은 연극인들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분 좋게 작업하고 있다. 극중 해설자와 늙은 페리클레스 역을 맡았다. 해설자는 극의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게 어렵다. 막판에는 늙은 페리클레스로 몰입해야 해서 조율이 중요하다.

△김명곤 전 장관 비슷한 시점에 연극 무대에 선다. 안면 있나=작업은 같이 한 적은 없지만 잘 안다. 이번에 비슷한 시기에 연극을 하는지는 몰랐다(하하). 둘 다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전 장관 호칭이 여전히 익숙하다는 이들이 많다=피곤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더라. 가능하면 그냥 거꾸로 ‘관장님’이라고 불러달라(하하). 정치를 했다기보다 행정경력이다. 내 경우는 더 그랬다. 정치적으로 뭔가 계산을 한 게 아니고 맡았던 부처 관련된 예산과 정책을 만들고 행정일을 했다. 정치를 했다면 연극은 아마 안 하고 있을 것이다.

△연극계 여전히 어렵다.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항상 IMF다. 연극의 구조적 문제다. 경제적으로 수지가 안맞는 분야다. 활동할 수 있는 여건, 장치가 필요하다. 민관이 힘써야 한다. 내가 갖고있는 유시어터 극장이 출발이 됐으면 좋겠다. 5월부터 하루 1만원에 극장을 빌려주기로 했다. 우선 올해 시범운영을 할 생각이다. 지원도 받고, 전문가 심사도 해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게 바람이다.

△향후 계획 및 후배들에게 한 마디=시극을 해보고 싶다. 돈이 안 돼서 잘 안하는 장르다. 또 후배들이 설 수 있는 판(무대)을 많이 만들어서 자생력을 갖도록 해주고 싶다. 연극은 인문학적 깊이가 없으면 표현할 수 없는 역할이 많다. 후배들과 공부할 수 있는 워크숍, 강의도 꾸준히 전개할 거다. 연극을 선택하는 건 고행길이다. 각오하면 좋은 날이 있더라. 버티면 이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