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이런 종목에 투자했다"

by정명수 기자
2003.09.26 08:44:39

PEG비율, 자산가치, 현금 등 중시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억만장자 워렌 버핏은 어떤 주식에 투자하고 있을까.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그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강권에 밀려, 5대 투자종목을 공개했다. 버핏이 이끌고 있는 버크셔해더웨이는 지난 23일 통신업체인 레벨3커뮤니케이션 등 주요 투자종목 5개의 보유 주식수를 SEC에 공시했다. SEC에 공시된 자료는 전자공시시스템(EDGAR)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당초 버크셔는 모방 투자 가능성을 들어 투자종목 공시를 거부했으나 SEC가 "예외를 둘 수 없다"며 공개를 촉구, 마지못해 발표한 것이다. 이들 5종목의 면면을 살펴보면, 워렌 버핏은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자산가치가 높으며, 현금이 풍부한 기업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핏의 저평가 기준 버핏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투자철학이나, 투자기법을 얘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철학인 `기본적 분석`, `밸류 투자`를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년대 버핏은 `영구 보유 주식`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서, "코카콜라 같은 종목은 팔지 않고 영원히 보유하겠다"는 놀라운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5개 종목과 코카콜라의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해봤다.(아래 표 참조) ◆버크셔해더웨이 5대 투자종목 우선 벨류에이션 측면에서 5개 종목은 `저평가 종목`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카콜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99인데 이보다 PER가 낮은 종목이 3개나 됐다. PEG 비율에서도 버핏이 저평가 종목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EG 비율은 피터 린치가 유행시킨 지표로, "어떤 기업이 적정 가격에 있다면 그 기업의 PER는 그 기업의 성장률과 같아야한다"는 원리에서 착안한 것이다. PER가 단순히 순이익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PEG는 순익과 성장률(보통 매출액성장률)을 동시에 고려했다. PEG의 산식은 PER/G. 주가가 적정수준이면 PER=G이므로 PEG의 값은 1이 된다. 또한 PEG 값이 1미만이면 저평가, 1을 초과하면 고평가된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코카콜라의 PEG 비율은 2.06이다. 버핏의 5개 종목 중 3종목이 코카콜라보다 PEG 비율이 낮았고, 특히 HCA는 1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5종목은 특히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Enterprise Value/Revenue)가 코카콜라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 ◇기업의 활동력을 중시 버핏은 자산수익률(ROA)이나 자기자본수익률(ROE)과 같은 수익성지표보다는 기업 자체의 활동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5개 종목 공히 수익성 지표에서는 뛰어난 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반면 주당 매출액은 5개 종목이 모두 코카콜라보다 높았다. 코카콜라와 비교한 주당순이익(EPS)도 5개 종목 중 3개 종목이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종목의 공개로 버핏이 투자 종목을 선택할 때 재무지표 중 어떤 부분에 주목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게 됐다. 버핏은 현금과 자산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당총현금흐름(Total Cash per Share)의 경우 3개 종목이 코카콜라를 앞질렀다. 자산가치도 버핏에게는 중요한 재무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4개 종목은 1주의 장부상가치(대차대조표상 자기자본가치를 발행주수로 나눈 것) 항목에서 코카콜라보다 높았다. 현금흐름 증가율(Free Cashflow Growth) 지표도 3개 종목이 코카콜라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5개 종목의 정체는 버핏은 자신이 잘 모르는 종목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후반 닷컴 열풍이 불 때 그는 생소한 기술주 투자를 의도적으로 회피,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벤처 버블이 꺼진후 버핏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기는 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5개 종목은 한국의 투자자들에게는 어쨌든 생소하다. 가장 눈에띄는 종목이 레벨3커뮤니케이션즈다. 레벨3는 버핏이 그토록 혐오했던 기술주의 범주에 들어가는 종목이다. 앞서 살펴본 투자지표에서도 레벨3는 다른 4종목보다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버핏은 레벨3 주식을 1190만주나 보유하고 있다. 레벨3는 통신, 컴퓨터 오퍼레이팅, SI를 주력으로하는 기업이다. 정보 부문에서는 개인 통신라인, 인터넷 접속, 모뎀 및 보이스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전형적인 통신 벤처 기업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이 회사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석탄 채굴과 관련된 사업 부문도 있다. 레벨3는 2002년 맥레오드USA, 콥소프트, 소프트웨어 스팩트럼 등을 인수했다. 올해 2월에는 제뉴이티를, 6월에는 텔버스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다음으로 HCA. 이 회사는 5개 종목 중 각종 지표가 가장 우수한 기업이다. HCA는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으로 병원,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 12월말 현재 179개 병원, 78개 독립 외과수술 센터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 병원, 긴급 병원, 독립 외래 수술, 진단센터, 재활시설 등은 외래 및 건강 보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과, 일반외과, 심장, 종양, 신경, 정형외과, 산부인과, 진단, 응급의료 등 거의 전 의료분야를 커버한다. 미국, 영국, 스위스 등에 의료 시설을 가지고 있으며, 2002년 6월 에는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 병원을 인수했고, 올해 4월에는 헬스 미드웨스트를 인수했다. 듀크 에너지는 전기, 천연가스 등을 생산, 판매하는 에너지 기업이다. 듀크 에너지는 발전, 천연가스 수송, 배전, 트레이딩 및 마케팅, 글로발 자산 개발, 에너지 서비스, 부동산 등 7개 사업 부문이 있다. 발전, 배전, 송전, 전기 에너지 매매 등은 프렌차이즈 영업도 한다. 미국, 캐나다, 남미 등에서 천연가스 수송, 저장, 공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2년 3월 웨스트코스트 에너지를 인수했다. 퍼스트 데이타는 지불 서비스 대행 업체다. 상품판매, 카드발급, 기타 세금 지불 및 전자지불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불 서비스 부분에는 국내, 국제 송금, 영수증 지불 서비스가 있다. 상품판매 부문에서는 신용카드, 외상카드 처리를, 카드 발급 무문에서는 국내, 국외 카드 처리,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외상카드, 연료카드, 스마트카드 발급을 대행했다. 기타, 전자 세금계산, 텔레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퍼스트 데이터는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영업하고 있다. 올해 텔레캐쉬 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아이언 마운틴은 각종 기록, 정보 관리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스토리지 업체다. 기록 관리, 기록 관리 프로그램, 보안, 효율적인 기록 보관, 디지탈 파일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업 부문에서는 데이터 보관, 재난 복구 계획, 백업 테이프 관리 등의 사업을 벌인다. 온라인 상에서의 데이터 백업, 복구, 지적자산 보관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종 보관 장비의 판매와 컨설팅, 보관시설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미국, 캐나다, 남미 등지에 650곳의 기록 관리 시설을 가지고 있다. 올해 2월 슈레코를 인수했고, 6월에는 헤이즈IMS를 인수했다. 5개 종목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1년 이내에 최소한 한 건 이상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