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24.11.10 09:56:07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까지 가동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 문제점은 20년 전과 바뀐 점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최근 발간한 ‘미로 같은 한국 주주총회 길찾기’라는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주들이 국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분석했다.
ACGA는 아시아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전 세계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글로벌 투자은행(IB), 상장사, 회계법인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ACGA는 회원사들과 함께 올해 3월 정기주총 시즌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거의 20년 전에 존재했던 많은 장애물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지난 2006년 ACGA는 아시아 전역의 의결권 행사 시스템의 선진화를 주장하며 아시아 10개국 시장을 비교하는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한국은 10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스테파니 린 ACGA 연구원은 “지난 3월 ACGA 대표단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14일이라는 짧은 주주총회 소집 통지 기간과 주총 직전에야 공시되는 사업보고서, 이사 보수에 대한 정보 부족, 외국인 투자자에만 촉박한 투표 일정, 3월 말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주총 쏠림 현상 등을 문제로 꼽았ㄷ.
린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사의 70% 이상이 주총 2주 전 소집 공고를 냈다는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 상법이 규정한 주총 소집통지기간 14일은 중국(20일), 인도(21일), 대만(30일) 등과 비교해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이어 린 연구원은 “주총 공고 기간이 짧아 안건 전체를 검토할 기회도 없이 투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정관 개정안을 제안할 때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간략한 개요만 공개해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한 채 투표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는 한 회원사의 경험을 전했다.
한국 상법은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공시하도록 하는데, ACGA는 이 기간도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너무 촉박해 최신 재무 데이터를 보지 못한 채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외국 운용사의 주총 안건에 대한 투표는 현지 의결권 행사 서비스 업체와 글로벌 수탁은행을 거치고, 한국예탁결제원은 행사된 표를 모아 기업에 전달하는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린 연구원은 “예탁원은 외국인의 투표를 (주총일보다) 조기에 마감하는데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정기주총 의안을 검토·분석하는 시간은 3∼5일에 불과하며 경우에 따라선 반나절밖에 남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배당 절차 개선, 전자투표제 도입 등으로 주주총회가 점차 ‘주주 친화적’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린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가 널리 채택되지는 않았다”면서 “주총 시기 쏠림은 여전히 과도하고 이사 보수와 구체적인 투표 결과 등 핵심 정보들에 대한 투명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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