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항공부품에 수백억대 관세폭탄…정부, 관세감면 연장 검토
by공지유 기자
2024.04.23 06:00:00
내년부터 감면율 20%p씩 줄어…2029년 폐지
기재부, 수입 항공부품 관세 감면 업계 의견 수렴
주요국은 TCA 가입해 면제…경쟁력 약화 우려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내년부터 항공기 부품 수입에 대한 관세 감면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관련법 시행을 앞두고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관세 감면 혜택이 줄면 매년 세금으로만 수백억 원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에 관세 감면 연장을 건의했고, 정부는 관련법 일몰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지난해 11월 2일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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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관세법 89조 개정 관련 관계부처 및 항공업계 의견을 듣고 있다. 관세법 89조는 항공기 부품과 수리용품, 원재료에 대해 수입 관세를 100% 면제하는 조항이다. 올해 12월31일 이후 일몰돼 2025년 1월1일부터 민간항공기 무역에 관한 협정 대상 물품의 관세 감면율이 매년 20%포인트씩 낮아진다. 2029년에는 감면 혜택이 완전히 사라진다.
앞서 정부는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2012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적사가 수입하는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를 100% 감면했다. 그러다 2012년부터 법 개정을 통해 감면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일몰 조치’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미국·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늘면서 이를 통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소수 독과점 산업 특성상 원산지 증명서 확보가 안 되는 등 FTA를 통한 실질적인 관세 면제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그간 국내 항공사 경쟁력 저하를 우려해온 국회에서 관련법 일몰 시기를 수차례 연장해왔다.
업계에선 예정대로 관세 감면이 폐지되면 업계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최대 10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국적항공사 3개사의 항공기부품 수입 규모는 약 2조6900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3개사의 실제 감면 혜택은 730억원인데, 항공 수요가 회복하면 향후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미국·EU·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민간항공기협정(TCA) 가입을 통해 부품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관세법 개정이 어렵다면 TCA 가입을 통한 감면이라는 대안도 있지만, 이 경우 국내 부품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우려 등 관계부처 간 이견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세 감면 연장에 대한 업계 건의를 들은 후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TCA 가입 등 여러 방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