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 전 남편의 끔찍한 거짓말, 어떻게 할까요[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4.03.10 09:49:2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강효원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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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년 전, 결혼생활 15년 만에 이혼했습니다. 전 남편의 외도로 결혼생활은 고통의 시간이었죠. 남편은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간혹 집에 와도 화를 내고 폭언을 쏟아부어 아이들도 아빠를 싫어할 정도였습니다.
중학생인 큰딸이 아빠랑 이혼하라는데, 그때 정신을 차리고 이혼했습니다. 이혼 후 나름 평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 남편과는 양육비와 면접교섭으로만 연락했고요.
그런데 몇 달 전, 전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데이트앱으로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한테 3000만원을 사기당했다면서 저보고 돈을 좀 꿔달라는 겁니다. 너무 한심하고 화가 나 딱 짤라 거절했습니다.
문제는 그 후부터입니다. 전 남편과 저는 대학 때 만나 대부분 친구가 같고 하는 일도 비슷한 분야라 아는 지인들이 겹칩니다. 그런데 지인들에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거예요.
저의 외도로 이혼했는데, 제가 동네 남자들이랑 다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등 심지어 막내는 자기 딸이 아니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유전자 검사를 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면서 말이죠. 저러다 말겠지 싶어,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려고 했는데요. 심지어 제 남동생한테까지 별별 거짓말을 다했더라고요.
제 사정을 아는 친구들은 저를 걱정하고 전남편을 고소하라고 합니다. 아이들한테까지 이런 끔찍한 거짓말을 할까 봐 면접교섭도 막고 싶어요. 전 남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이혼한 사람들을 상대로 전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답하고 ‘악랄하다, 뻔뻔하다’고 응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혼 과정이나 이혼 후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전 배우자에 대한 거짓 비방을 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자녀도 있는데 자녀가 그런 말을 혹시 듣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지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명예훼손죄의 요건은 공연성, 구체적 사실적시, 사람의 명예가 훼손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요. 주변 대학 동기들은 사연자의 명예훼손 사실을 듣게 됐을 때 전파할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에 남편의 행동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명예훼손죄는 진실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있는데요. 지금 전 남편은 사연자에 대해서 ‘사연자가 외도해서 이혼한 것이다, 동네 남자들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등의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어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형은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진실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보다 형이 더 높습니다.
△남동생에게 사연자를 명예훼손한 것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공연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법원은 발언 상대방이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직무상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경우, 공무원 등 관계나 신분으로 인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공연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연성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보면 가족들이 듣는 자리에서 피해자를 향해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라고 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몇몇 가족 앞에서 말한 것이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가족들이 다른 지인들에게 전할 수 있다고 보고 공연성을 인정했습니다.
남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을 정도로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남동생이 사연자와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전 남편의 명예훼손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 아빠가 지인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막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면접교섭도 요구한다면, 면접교섭권 제한신청을 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일 아이가 아빠로부터 그런 말을 직접 듣게 된다면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있습니다. 아빠가 주변에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사실과 관련해서 관련 사람들의 증언을 확보해 놓으시기 바랍니다.
△이혼소송을 하다 보면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너무 화가 나서 배우자의 직장동료나, 거래처, 친구들에게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모두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이메일이나 SNS로 알렸을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돼서 더 가중처벌 될 수 있으니 이혼소송과 별개로 사적 보복은 반드시 자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