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韓 3위 수출 지역…내수시장 안착까지 도모해야"
by하상렬 기자
2024.02.27 06:00:00
한국은행 경제전망 보고서 ''인디고북''
對베트남 수출 비중 8.5%…中·美 이어 3위
글로벌 생산거점 지위, ''탈중국''으로 가속화
"반도체 등 중간재뿐 아니라, 소비재 수출에도 관심 둬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대(對)아세안 수출이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 번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아세안 지역 수출이 꾸준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 등 중간재의 질적 향상에 힘쓸 뿐 아니라, 내수시장 안착을 위한 소비재 수출도 키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27일 경제전망보고서(인디고북)을 통해 “우리 교역에서 아세안의 위상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개별국 기준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은 작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8.5%를 차지한다. 나머지 9개 국가를 합산하면 수출 규모는 이보다 커진다. 이는 중국(19.7%)과 미국(18.3%)에 이은 세 번째다.
한은은 아세안 10개국 중 우리나라와 수출비중이 높은 이른바 ‘아세안5’(베트남·말레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를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5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9년 이후 대중 흑자규모를 크게 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FDI)에서도 아세안5에 대한 투자가 작년 대미 투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졌다.
아세안5 지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미국·일본 등 주요국에게도 국외 생산 거점이자 수출시장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2010년 이후부터 중국의 생산비용 급증으로 생산거점을 아세안5 지역으로 꾸준히 이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미·중 무역갈등 등 지경학적 분절화 영향으로 중국 이외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 흐름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은 대중 수출구조와 유사하다. 현지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중간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품목별로 반도체 비중이 20% 이상이었고, 석유제품·화공품 등 여타 중간재 비중도 6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식품, 의복 등 최종재는 5% 수준에 불과했다. 이같은 중간재 위주 수출구조는 우리 기업들의 대아세안5 투자가 현지시장 진출 목적보다는 생산비용 우위에 기반한 수직적 생산분업 성격이 강한 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중간재 수출 중 절반은 2022년 기준 아세안5 역내 국가의 소비와 투자로 유발돼 사용됐다. 나머지 절반은 아세안5 역외 국가 소비와 투자에 의해 유발돼 아세안5 지역에서 생산공정을 거쳐 재수출됐다. 역외 국가 중에선 미국(11%)과 중국(9%)으로 귀착된 비중이 높았다.
한은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IT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경제성장세와 주요 신흥국으로의 투자 확대 등으로 꾸준히 대아세안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아세안5 경기회복에 따른 직접경로뿐 아니라 미국의 양호한 경기흐름과 유럽의 소비회복에 따른 간접경로도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세안5의 글로벌 생산거점 기능이 공고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의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아세안5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7년 이후 다소 하락했고, 우리가 우위를 보이는 고위기술 중간재 점유율도 정체돼 있다. 한은은 이를 위해선 우리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은은 내수시장 안착도 강조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기업은 그간 중국시장을 생산기지로 삼아 중간재 중심 수출구조를 성공적으로 활용했지만, 내수시장 안착엔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세안의 인구 및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