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전환 앞두고..‘車 SW 인재’ 확보 글로벌 전쟁

by이다원 기자
2023.09.28 09:00:00

SDV 전환, 미래 모빌리티 핵심 떠오르자
현대차·VW·벤츠 등 일제히 “개발자 찾아요”
‘뒷짐’ 美·日 완성차도 SDV 투자 속도 올려
“인력 한정적…국내 인재 육성 필요성도”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완성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로의 전환에 집중하면서 차량용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위한 인재 확보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일제히 SDV 전환을 예고하며 인재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SW 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래 SDV 전환을 앞두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프로)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SW 역량 내재화를 위해 전 세계에서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

SDV는 SW가 기반이 돼 차량(하드웨어)을 움직이는 것으로 차량 전동화와 맞물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SDV 차량은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쉽게 업데이트 할 수 있고,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게 된다. 브랜드가 자체 운영체제(OS)를 갖춘다면 기술 누출 없이도 다양한 기능·서비스를 자사 차량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SW 역량이 곧 차량의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완성차 기업들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SW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고, SW 개발사를 자회사·계열사로 거느리며 투자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1월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 장재훈 현대차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송호성 사장(오른쪽에서 첫번째),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 송창현 TaaS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사업 방향성 및 비전을 공유했다. (사진=현대차)
SW·플랫폼을 기반으로 차량을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현대차그룹은 SW 관련 인재를 연중 채용하며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현대차(005380)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서 근무할 경력 채용을 세 자릿수 규모로 진행했다. SW 개발자 경력직 역시 상시 채용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 핵심 축인 포티투닷(42dot) 역시 우수한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개발 인력을 대거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송창현 현대차 SDV 본부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는 개인 SNS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본질이 SW와 인공지능(AI)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며 “너무나도 도전적이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SW 및 AI 기반 자동차를 같이 만들어 나갈 분을 찾고 있다”고 선언하며 인재 채용을 예고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SDV 전환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카리아드(CARIAD) 피터 보쉬 CEO가 IAA 모빌리티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그룹)
완성차 브랜드를 대거 거느린 폭스바겐 그룹도 주춤했던 SW 계열사 ‘카리아드’(CARIAD)를 개편하고 인재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자체 OS인 ‘VW.OS’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자 카리아드는 올해 경영진부터 새로 꾸렸다.



피터 보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부임한 뒤 6월부터는 조직을 개편하고 두 명의 SW 전문가를 비롯해 신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완성차 및 SW 분야에서 잔뼈 굵은 인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어 카리아드는 인턴을 비롯해 정직원까지 400건이 넘는 채용 공고를 내고 전 부문 인력을 확충하는 중이다.

4일(현지시각) IAA 모빌리티 2023 미디어데이에서 마그누스 외스트버그 메르세데스-벤츠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 사진 왼쪽)가 차세대 운영체제 ‘MB.OS’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뉴스룸)
SDV 전환에 상대적으로 심드렁했던 글로벌 브랜드들도 자체 SW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자 개발한 ‘MB.OS’를 최근 공개하며 글로벌 인재 채용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벤츠는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자를 계속 뽑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1만명 넘는 개발자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도 일제히 SW 관련 투자에 나서면서 모빌리티 SW 인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애플 부사장을 영입하는 한편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합작사에 SW 개발 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스타트업 등 SDV 역량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며 ‘인재 삼키기’ 전략을 쓰는 곳도 있다. 일본 토요타 SW 개발 자회사 우븐플래닛은 최근 몇 년간 SW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자체 SW 구축에도 속도를 내 2025년께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같은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모빌리티 SW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나 SDV 전환과 자율주행 고도화가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는 이를 연결할 SW 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에 따르면 국내 모빌리티 SW 인력은 1000여명 안팎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3만명 이상의 모빌리티 SW 전문 인력이 포진해 있다. 한정된 인력을 놓고 전 세계가 경쟁하는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SDV 관련 개발 인력을 긁어가다시피 하는 상황이다”며 “기업들도 SDV 전환을 위한 인재 확보·육성에 나선 상황이지만 학계 등과 연계해 자체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