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있네' 김은혜 홍보수석[주간인물]

by전재욱 기자
2022.11.12 10:00:00

대통령실 국정감사서 드러난 김은혜 메모 ''웃기고있네''
본인 억울하다는 해명과 당정 태연한 모습이지만
`윤석열의 입` 지위 탓에 후폭풍 지속하며 정쟁화

한 주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며 주목받은 인물과 그 배경을 재조명해봅니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웃기고 있네’

이번 주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남긴 메모가 정국의 태풍이었습니다. 메모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터져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김 수석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노트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어 필담을 나누는 게 이데일리 특종보도로 드러난 것이지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에 적힌 ‘웃기고 있네’ 문구. 김은혜 홍보수석이 쓴 것이다.(사진=노진환 기자)
자리가 자리였던데다가 자리의 성격에 비춰 파장이 컸습니다. 웃기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두고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국정감사라는 자리에 비춰 보면 대상이 국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모독”이라며 “국민 대신해서 온 이 자리(국정감사)가 웃기는 자리인가”라고 반발했습니다.

자리 성격에 비춰보면 야당 의원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메모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0·29(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를 받는 와중에 작성된 때문이지요. 이 맥락에서 보면 정부가 참사 책임을 지는 게 웃기다는 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여당에서조차 비판이 따릅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은 “퇴장을 시킨 게 적절하다고 보는 입장”(11일 CBC 라디오)이라고 했죠.



김 수석은 억울합니다. 그는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면서도 “(웃기고 있네가) 국감 진행 상황과 관련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강 수석은 “어제 일을 가지고 얘기한 것”이라며 “사적 대화를 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했습니다. 국회 혹은 야당 의원을 모독하거나 참사 책임에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당 소속 운영위원장(주호영)의 조처를 받고 회의장 밖으로 퇴장조치 당했습니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 9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현안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의 ‘이태원 참사’ 관련 대화 내용을 전달하며 울먹이고 있다.(사진=뉴스1)
오해의 억울함은 이튿날 김 수석의 눈물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김 수석은 지난 9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운영위에 집중 못 한 데에 반성한다”면서도 “필담은 운영위와 이태원 참사와 전혀 관계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염수정 추기경 환담 내용을 전하는 과정에서는 울먹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더는 키울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김대기 대통령실장은 “(메모는) 아주 부적절한 행동”(메모 당일)이라면서도 “퇴장했고 사과했는데 뭘 더 하라는 것이냐”(메모 이튿날)고 했습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주호영 위원장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침에 (국민의힘) 의원과 통화해보니 부글부글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 ‘윤핵관’으로 통하는 인물입니다.

하늘로 떠난 가수 하늘이 생전 2001년 발표한 데뷔곡 ‘웃기네’로 활동하는 모습.(사진=문화방송 캡쳐)
웃기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김 수석이 정확히 알 테지요. 당사자가 극구 아니라고까지 하는데, 관심법을 쓸 수 없는 이상 김 수석의 해명을 거짓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우연한 일치로 보이지 않은 이유는 김 수석의 지위 탓입니다. 그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각각 맡았습니다. 김 수석은 대통령의 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