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날린 원조 채권왕…"지금은 주식 살 때 아니다"(종합)

by김정남 기자
2022.03.04 07:40:00

월가 풍미한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
"연준, 금리 많이 올리지는 못할 것"
"투자자들, 수익률 기대치 낮출 때"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 회고록 출간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금은 주식을 살 때가 아니다.”

월가의 원조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사진=AFP 제공)


월가의 원조 채권왕으로 명성을 떨친 빌 그로스는 3일(현지시간) CNBC에 나와 “연방준비제도(Fed)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에 큰 하방 압력을 가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로스는 지난 1971년 핌코(PIMCO)를 공동 설립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운 전설적인 투자자다. 이때 채권왕 명성을 얻으며 월가를 풍미했다.

2019년 채권시장에서 은퇴했고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채권왕 자리를 물려 받았지만, 그로스의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그가 최근 발간한 회고록의 제목은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I’m Still Standing)다.

그로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세를 보인) 주식시장은 부분적으로 30~40%는 낮은 금리, 특히 낮은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s)에 의해 움직여 왔다”며 “연준이 0.50%포인트, 1.00%포인트, 1.50%포인트 등으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자산, 특히 주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지금은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저 신중한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0.90%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지난달 16일 연준의 가파른 긴축 전망에 -0.43%까지 상승하나 했지만, 갑자기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실질금리는 또 내려왔다.

그로스는 “역사적으로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자주 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세계에 갇히면 경기 둔화와 맞물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건 아마 스태그플레이션을 의미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스뿐만 아니라 최근 유가 폭등세 이후 월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쩍 많아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6.57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로스는 “매우 신중하게 주식 종목을 고르고 있다”며 “송유관(oil pipelines) 관련주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 그로스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서도 “정부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지속할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수익률 기대치를 낮추고 신중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부채를 두고 “현재 자본주의의 바이러스(a virus in modern-day capitalism)”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