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접종 부작용 우려…英, 화이자 '1회만' 맞히기로

by이선영 기자
2021.09.14 07:35:18

"12~15세 백신 접종이 묘책은 아냐"
"10대男, 코로나 입원보다 화이자 부작용 확률 더 높다"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건강한 10대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하는 것보다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진단을 받을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에서 만 12~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1차만 접종하기로 했다. 화이자 백신은 보통 3주 간격으로 2차례 접종하지만, 10대 접종 시 부작용 우려에 영국 당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청소년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AFP=뉴스1)
13일(현지시간) BBC,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들은 12~15세 청소년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학교 문을 닫지 않을 수 있다며 ‘1차 접종’만을 권고하기로 했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다음 주부터 해당 연령대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 휘티 잉글랜드 최고 의료 책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12~15세 백신 접종이 ‘묘책’은 아니다”라며 “청소년 접종을 강하게 권고하지는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앞서 12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트레이시 호그 박사와 동료들은 “건강한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자체보다 드물게 심장 염증을 유발하는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입원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구진은 올해 상반기 12~17세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2차 접종 후 나타난 부작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입원하는 것보다 백신 관련 심근염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4∼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심근염이 발생할 확률은 건강한 남자 청소년의 경우 12∼15세는 100만 명당 162.2건, 16∼17세는 100만 명당 94건이었다. 반면 여학생은 동등한 기준으로 각각 13.4건과 13건이었다.

이는 건강한 청소년들이 코로나19로 병원할 확률보다 훤씬 낮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의 감염률을 기준으로 향후 120일 안에 건강한 청소년이 코로나19로 입원할 위험은 100만명 당 약 44명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드문 부작용을 경험한 청소년 대부분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며칠 내 증상이 나타났다. 다만 모더나 백신 접종에서도 비슷한 부작용은 발견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동료 심사(peer review)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해당 연구의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영국에서도 같은 조건에서 유사한 수치가 나타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어 “심근염은 대부분 2차 접종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1차 접종만 한다면 아이들을 보호하면서도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