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G7회의에 韓초청…대중포위망 압박 '딜레마' 커진다

by정다슬 기자
2020.12.17 00:00:00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우방국"
가치 기반으로 한 동맹전선 구축 압력 커져
바이든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도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이 한국을 “공통된 과제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우방국”으로 꼽으며 초청했다. 자유주의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영국 총리실은 15일(현지시간) 한국과 인도, 호주를 ‘게스트 국가’로 초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020년 G7 의장국이었던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초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한국, 인도, 호주를 포함해 러시아까지 포함한 G7+4 확대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으나 코로나19 상황과 러시아 참여를 반대하는 회원국들의 거부감 등에 가로막혀 개최하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초청을 “G7을 중국과 다른 독재국가에 맞서는 ‘민주주의 10개국’(D10)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D10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는 일종의 ‘신뢰 동맹체’로서 2008년부터 논의되던 개념이다. 다만 미중 패권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D10은 중국이 부상에 대비한 가치 동맹으로서의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영국 내에서는 5세대(5G) 통신망 장비 조달에서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의료물자나 천연자원의 중국 의존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D10을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강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존슨 정부가 자국이 개최하는 회담에서 D10을 사실상의 형태로 창설해, 정치·경제 양면에서 자유주의 국가의 결속을 높이려는 시도가 보인다”고 밝혔다.

이같은 영국의 제안은 미국의 외교적 이해관계와도 맞닿아있다. 영국과 미국은 상호 첩보 동맹을 맺은 ‘파이브 아이즈’ 중 일원이다. 지난 5월 영국 더 타임스가 영국정부가 G7 개혁을 모색하면서 한국 등 3개국을 추가해 D10 정상회의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고 이같은 구상을 바통 터치하듯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에 한국 등 4개국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로서는 외교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데다가 명분이 명분인 만큼 초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1일 존슨 총리와의 전화에서 G7 회의 초청에 수락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가치 중심의 협의체가 중첩되며 반중(反中) 전선에 서야 한다는 압박이 점점 강해질 것이란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취임 후 당해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는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를 보호·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0년부터 출범한 연합회의이지만, 바이든 정부가 ‘동맹 강화’를 최우선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가 중국에 대항할 일종의 미국의 친구 찾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벌써 터키, 인도도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로 볼 수 있는가 논쟁이 뜨겁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중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외교적 시험대에 놓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과 호주의 극한 대립: 한국에 대한 함의 보고서’에서 우리처럼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었던 호주가 반중국 최전선에 서게 된 이유를 분석했다. 이른바 차이나머니가 호주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은 좋으나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며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돈은 과연 가치와 이념을 앞서는가? 가치와 이념이 왜곡되면 단순 돈 벌기의 의미 또한 떨어진다는 것이 호주의 자각이었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들은 아마도 호주가 개척한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중간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불이익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진단하며 “원칙을 가진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