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韓 반도체 `EUV`…`소·부·장`은 100% 수입 의존
by양희동 기자
2020.04.14 05:01:00
[전문가와 함께쓰는 스페셜리포트]②
日수출 규제 계기로 육성 나섰지만
국내 R&D 인력·인프라 턱없이 부족
산학 협력 및 정부의 체계적 지원 필요
|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 양산용 EUV 노광장비 내부 모습. (사진=AS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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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반도체 극자외선(EUV) 기술은 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노광기(웨이퍼에 패턴을 그리는 장비)와 포토레지스트(PR·감광제), 포토마스크, 펠리클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모두 네덜란드와 일본, 미국 등에 100% 의존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지난해부터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연구개발(R&D) 인력과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진정한 의미의 EUV 시장 선점을 위해선 관련 후방 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UV 공정 핵심 소재·부품인 PR과 포토마스크, 펠리클 생산 등은 일본·미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로 떠들썩했던 EUV용 PR은 빛의 활용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화학증폭형 레지스트’란 제품으로 EUV 파장에 최적화된 첨단 소재다. 일본 JSR, 신에츠화학(ShinEtsu), TOK 등이 주요 공급선이다. 그러나 단파장 EUV 공정에 적용하면 선폭거칠기(균일도)와 해상도에서 불리하다는 결과가 있어, 다른 원리의 PR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인프리아(Inpria)의 금속산화물 나노입자 PR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20일 삼성벤처투자와 인텔캐피털, SK하이닉스(000660), TSMC로부터 3100만 달러(약 38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 생산규모 확장과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같은달 세계 4위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램리서치(Lam Research)는 건식(dry) EUV용 PR의 연구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EUV용 포토마스크는 대일 의존도가 훨씬 심해 현재 전량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안보차원의 리스크가 매우 크다. 호야와 아사히글라스, 토판 등 일본 업체 주도의 시장에 최근 도전장을 내민 곳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로, 자사 장비를 활용해 고품질 블랭크 마스크를 제작·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반도체 양산에 EUV를 본격 적용하면서 포토마스크 오염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EUV용 펠리클은 노광 파장에 투명한 막을 이용해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필름형태의 소모성 부품으로 이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미쓰이 화학이 EUV 노광기(반도체 웨이퍼에 패턴을 그리는 장비) 독점 공급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그동안 기초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핵심기술을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펠리클 완제품을 제조한 상태다. 한국도 에스앤에스텍(101490)이 EUV용 펠리클을 개발 중이지만,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어 향후 일본 제품을 써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EUV용 포토마스크(왼쪽)와 구성 및 원리. (자료=안진호 교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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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UV 관련 소재·부품 개발 회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점이다. 성능이 충분한 장비가 없거나, 장비가 있더라도 희소성 탓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EUV는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까다로운 빛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또 장비는 반사 광학계를 이용해 새로운 개념으로 설계해야 하고, 이전 그 어떤 장비보다도 정밀하게 제작돼야 한다. 실제로 EUV용 포토마스크 검사 장비는 1000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따라서 이런 검사·계측 장비를 개별 소재·부품 개발사가 구매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외에선 1980년대 후반부터 EUV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 형태의 집단 연구·개발을 하며,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협력해 이런 장비기술과 소재·부품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EUV용 소·부·장의 전략적 산업 육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두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일본산 PR과 마스크 그리고 일본·미국·독일의 검사장비를 아주 비싼 값에 주고 사와야하고, 그들이 팔지 않으면 반도체 공장을 세워놓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의 국가 간 쟁탈전에서 보듯 국민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전략·핵심산업을 해외에 의존할 수는 없다.
| EUV 고투과도 멤브레인 부품(왼쪽)과 이를 조립한 EUV 펠리클 개념도(오른쪽). (자료=안진호 교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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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도 EUV 관련 소·부·장 산업이 태동하며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분야에서 기술적인 난제를 타개하기 위해 이종(異種)기술을 EUV 관련 산업에 적용하려는 도전도 시작됐다. EUV용 핵심 품목 중 연구개발이 시작된 분야는 △펠리클 △포토마스크 △PR △검사장비 등이다. 또 관련 주변 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어, 이들이 보이지 않는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소·부·장 산업 육성지원정책에 너무 많은 품목을 담으려 하다 보니, 정작 시급한 EUV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은 뒤처진 느낌이다.
더욱이 이런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연구개발 인력과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EUV 관련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환경은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중소·중견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대학·연구소’가 협력해 만든 ‘EUV 노광기술 산학협력센터’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양대의 자체지원으로 시작한 이 센터는 국내·외 기업들의 자발적인 회비로 운영되고 있지만, 더욱 전략적인 활동을 위해선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한양대와 포항가속기연구소, 인하대, 전자부품연구원 등의 대학과 연구소가 참여했고, 국내 10여 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폴리텍(SUNY Polytech), 유티 달라스(UT-Dallas), 스위스 PSI연구소 등 해외연구소 및 대학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또 해외 기업들도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어 그 활동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1963년 9월 서울 출생 △1982년 서울대 금속공학 △1986년 서울대 금속공학 석사 △1992년 미국 텍사스오스틴대 재료공학 박사 △1992년 일본 NEC연구소 연구원 △2002년 극자외선 노광기술개발사업단 단장 △2012년 한국연구재단 나노융합단장 △2015년 한양대 산학협력단장 △2015년 반도체산업발전 공로상(대통령상) △現 국가과학기술심의회 ICT융합 전문위원 △現 소·부·장 특위 기술실무위원회/정책제도실무위원회 위원 △現 EUV노광기술산학협력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