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로 보는 한주]"평화경제" 외치는 文대통령에 "양천대소"라는 北
by원다연 기자
2019.08.17 08:00:00
北 대남기구 대변인 명의 文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비방
文대통령 유화제스처 뒤 도발로 응수 행태 반복돼
文대통령 비난 수위도 높여…''양천대소''·''웃기는 사람'' 등
靑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 안돼"…북측에 자제 촉구
북미 실무협상 재개 낙관하...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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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평화경제 비전에 북한이 막말 담화와 미사일 도발로 응수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제기되는 대북강경론에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직접 방어에 나섰지만, 유화 제스처를 기다렸다는 듯 도발에 나서는 북한의 행태가 반복되며 문 대통령은 안팎으로 공세에 시달리는 형국이 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이번주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2.1%p 하락한 48.3%로 집계됐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이어오고 있는 발사체 도발에 대남 비방 수위까지 높이고 있는 영향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인내자를 자처하며 북한에 재차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측이 이같은 문 대통령을 전면 겨냥해 비방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최근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삼아 지난달 25일부터 31일, 2일, 6일, 10일에 걸쳐 발사체 도발을 이어오는 동안 문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그 역시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 있다. 일본 역시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비판에 정면으로 맞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처음으로 통일의 시점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함께 ‘평화의 봄’에 뿌린 씨앗이 ‘번영의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2045년 광복 100주년까지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북한은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같은 대화 촉구와 남북 통일 비전에 막말 담화와 또 한번의 발사체 도발로 응수했다. 북한은 16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남조선 당국자의 광복절 경축사라는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할수 있다”고 비난했다. 담화는 특히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문 대통령을 겨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것이 좋을것”이라며 “두고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도발도 이어갔다. 북한은 이날 오전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최근 3주새 여섯번째 도발이다.
앞서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 등을 통한 북한의 대담 비난에 공식 입장을 자제해왔던 청와대도 이날은 북한에 자제를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그 합의 정신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해서 남북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조평통 담화는 보다 성숙한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의 최근 도발에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 등 복합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며, 한미연합훈련 이후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양 정상이 상호 간의 우호적인 제스처 등을 취해 왔고,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메시지를 발신해 왔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북미 실무협상이) 좀 희망적으로 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미 대화가 본궤도에 오르면 남북 관계 역시 이에 맞물려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 대화가 아닌 북미 대화가 최우선 해결 과제”라며 “북미 대화의 성공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가 해결되면 그 다음 수순은 당연히 남북대화가 되는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