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9.05.01 08:00:00
중국 컨설팅업체 BCC 김세훈 부사장 인터뷰
폐쇄적인 中 시장 진출 넘기 위해 다각도 시장분석
포커스그룹 인터뷰 통한 정성적 접근 '탁월'
외국기업이 투자 모색하는 中 기업 흥신소 역할도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사태 이후 중국 시장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벽이 높다 해도 연 6%대의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주요 2개국(G2)의 한 축 중국 시장을 아예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컨설팅업체 BCC(Business Connect China) 글로벌의 김세훈 부사장은 최근 들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날 역시 오전 한국 굴지의 대기업을 만나고 왔다고 전했다.
BCC는 전세계 28만명에 이르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컨설팅업체다. 직원 대다수가 20대 후반인 젊은 회사이기도 하다. 이들은 중국에 진출을 하려는 기업들에게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맥킨지와 보스턴컬설팅(BCG), 베인앤컴퍼니 등이 많다. 하지만 BCC는 폐쇄적이고 특수한 중국 시장의 민낯부터 접근한다는 데에서 차별성을 두고 있다.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국 기업 원더브라 역시 BCC의 고객 중 하나다. 3년 전 중국 진출을 모색한 원더브라를 운영하는 ‘엠코르셋’은 BCC에 사업전략을 의뢰했다. 당시 BCC는 백화점과 아웃렛의 속옷매장을 모두 탐색했고 속옷을 주로 사는 10~50대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BCC는 중국 중산층 여성들이 속옷에 매월 얼마 정도를 소비하는지, 어떤 점을 염두으로 구매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매년 10~13% 성장하는 온라인 매장에 집중하길 권유했다.
원더브라는 알리바바 티몰, 징둥닷컴 등에서 인기를 끌었고 올해 중국에서만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팡 후이레이(方會磊) BCC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외국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려면 산업정책에 대한 통찰력을 비롯해 시장 개요를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이 사업을 하기 좋은 국가는 아니지만 우리는 기업들이 조금 더 편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기업 전략을 수정하기 위해 2년을 주기로 BCC에 시장 조사를 의뢰하곤 한다.
시장 진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 기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중국 내 IT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국내 기업들이나 미국 기업들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내실이 있는지,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지, 또 믿을만한 사람들이 설립한 것인지 여부는 판단하기 힘들다.
실제로 엄청난 손실을 볼 뻔한 회사도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이 투자하려 했던 한 중국 기업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지방정부 관리들과의 관시(關係)도 탄탄하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조사결과 다른 회사의 법인 도장을 훔쳐 기업을 만든 ‘유령회사’였던 경우도 있었다.
김 부사장은 “서류는 그럴싸하지만 알고 보면 속 빈 강정인 기업들도 많다”며 “현지, 특히 지방정부나 지역 내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면 서류에서 볼 수 없었던 허점이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신생업체였던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투자에 앞서 BCC에 조사를 의뢰했고 당시 BCC는 2000명의 고객과 500명의 기사를 상대로 인터뷰를 했다. 이후 테마섹은 투자를 결정했고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김 부사장은 “중국에 모르고 갔다가 호되게 당했다는 기업들이 많지만 반면 제대로 알고 투자한다면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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