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논의 재개…이번엔 통과될까

by송주오 기자
2019.03.13 06:10:00

복지부, 다음달 상비약 지정심의회 7차 회의 개최 예정
편의점 상비약, 6년 넘게 13개 품목 유지
약사·편의점 업계 대립에 2년 넘게 난항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논의할 계획이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난항을 겪고 있는 편의점 상비약 품목 논의가 재개된다. 지난해 8월 회의 이후 반년만이다. 다만 대한약사회와 편의점 업계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7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위원회는 시민단체와 약학회, 의학회, 공공보건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10명으로 구성된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는 심야시간이나 휴일에 상비약 구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됐다. 상비약 품목은 지정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며 현재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부문 13개 품목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다. 편의점 상비약은 도입 첫해 결정된 이후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을 위한 지정심의회 회의는 지난 2017년 3월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2년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상비약 품목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약사 측이 약물 오남용을 우려해 품목 수를 줄일 것으로 요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을 결성하면서 조직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했다. 약준모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해 심야에 문을 닫으면서도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편의점의 제보를 받고 있다. 또 타이레놀 오남용의 위험성을 포스터로 제작해 편의점 상비약 판매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의 새 수장이 된 김대업 회장도 편의점 상비약 판매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측은 편의점 상비약 판매 대신 공공심야약국 확대나 늦은 밤까지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과 연계한 달빛약국, 병·의원과 연계한 당번약국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약사들의 집단행동은 TV 광고로 옮겨 붙었다. 동화약품이 최근 방영한 판콜 TV 광고에 약사들이 집단 반발한 것. 광고 내용 중 편의점에서 판콜을 구매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시민단체와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 편의성 증대를 앞세워 품목 수 확대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편의점 상비약 구매는 심야시간에 집중돼 있다. 편의점 CU가 지난해 상비약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밤 9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매출이 29.3%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가 27.7%를 차지했다. 요일별로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40.1%로 휴일에 약국 역할을 편의점이 해내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전국 편의점 매장은 4만 여개로 2만개 수준인 약국 수보다 많아 소비자 접근성 측면에서도 유리해 상비약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비약 논의는 진전 없이 논의가 계속 맴돌고 있다”며 “특히 지방 소도시의 경우 편의점의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비약 확대는 국민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