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분양권, 거래 절벽인데 팔리면 '신고가'···왜

by권소현 기자
2018.07.27 06:22:00

전매제한 강화로 내놓는 매물 적어
전매 풀려도 양도세 부담, 전세 돌려
대부분 재건축 아파트라 입지 탁월
흑석동 '아크로리버' 넉달새 1억 상승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잇달아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분양권 전매 제한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분양권에 붙은 웃돈도 갈수록 불어나는 모습이다. 입주 예정 단지가 이미 지역 대장주 자리를 꿰찬 경우도 있고, 최고가 아파트와의 가격 차이를 좁히면서 랜드마크 자리를 넘보는 곳도 적지 않다.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도 이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입지 좋고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분양권 시세는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오는 11월 입주하는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가 이달 3일 13억5110만원에 팔렸다. 지난 3월 비슷한 면적의 분양권이 12억6990만원에 매매된 이후 4개월간 거래가 없다가 1억원 가까이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인근 한강변에 위치한 명수대현대아파트 전용 84㎡가 아직 10억원을 밑돌고 있고 인근 흑석한강센트레빌 매도 호가가 최고 12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분양권 가격만으로 아크로리버하임은 흑석동 대장주 자리를 꿰찬 셈이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동대문구 답십리동 ‘힐스테이트 청계’는 이달 초 전용 84㎡ 분양권이 9억원에 팔렸다. 지난달 같은 면적의 분양권이 8억6130만~8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한 달 만에 9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인근 답십리래미안위브 전용 84㎡가 지난달 8억원에 거래된 것보다 1억원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와 함께 답십리와 전농동 일대 대장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답십리동 C공인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청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매수 문의는 더 늘었다”며 “현재로서는 9억3000만원에 팔겠다는 조합원 입주권 정도가 실제 거래 가능한 매물”라고 전했다.

2015년 12월 분양한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 SK뷰’도 이달 들어 전용 84㎡ 분양권이 7억6083만원에 팔려 처음으로 7억원을 넘겼다. 이 단지는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누리며 가장 비싼 아파트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휘경동 N공인 관계자는 “인근에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동네가 환골탈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며 “가까운 청량리만 봐도 전용 59㎡가 8억원 이상을 호가해 휘경동과 이문동 일대도 결국 주변 시세를 따라가지 않겠냐는 생각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매 제한이 풀린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도 전용 84㎡ 분양권이 지난달 최고 12억2341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나 e편한세상 신촌 전용 84㎡의 매도 호가(13억~14억원)에 비해서는 가격이 다소 낮지만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역 초역세권 단지라는 경쟁력을 앞세워 시세 차이를 좁혀갈 것으로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보고 있다. 성북구 관석동 ‘래미안 아트리치’ 역시 지난달 전매 제한 해제 이후 전용 84㎡는 최고 6억9000만원에, 전용 59㎡는 최고 6억2503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인근 가장 가격이 비싼 래미안석관 전용 84㎡ 호가가 6억300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래미안 아트리치는 입주 후 대장주 자리를 예약한 셈이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뛰는 것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 새 아파트 선호, 분양권 전매 제한에 따른 희소성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 등으로 집값은 안정됐다는 평가이지만 서울 내 입지 좋은 아파트 단지들은 속속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달 들어 용산구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 13단지, 양천구 목동 대원칸타빌 등이 사상 최고가에 거래됐다. 분양권 가격도 기존 아파트의 시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새 아파트 선호도는 높은데 분양권 매물은 귀해 프리미엄(웃돈)이 더 붙는 요인도 있다. 작년 6·19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된 서울지역의 신규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입주 때까지 전면 금지되면서 거래 가능한 물량이 크게 줄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분양권은 87건 거래됐다. 작년 같은 달(441건)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은 작년 하반기 월평균 351건씩 거래되다 올 들어 3월까지 131건으로 줄었고 4월 이후부터는 100건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2016년 11·3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6개월로 강화되면서 거래가 묶였던 서울 내 알짜 단지 10곳이 지난달과 이달 전매 제한에서 풀렸지만 거래 증가에 크게 도움되는 상황은 아니다. 래미안 아트리치(19건), 신촌그랑자이(10건), 사당 롯데캐슬 골든포레(7건) 정도가 조금 거래됐고, 그 외에는 거의 거래가 아예 없거나 1~2건에 불과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내 분양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물량이기 때문에 입지나 인프라 등이 잘 갖춰진 곳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교통·편의시설·학군 등 주거 프리미엄 3박자가 맞아 떨어진 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시세가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