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연장···출근길 빨라진 강동구 집값 들썩
by정병묵 기자
2018.06.01 06:14:00
9호선 4단계 연장 예타 통과
10월 말 4단계 4개역 신설 이어 미사강변도시까지 연장
강남권역 진입 30분 내로 가능
고덕·명일·길동 직접 수혜 예상..발표 후 집값 상승세
주변 입주물량도 많아 투자는 주의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확정으로 서울 강동구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규제 직격탄을 맞으며 주춤한 가운데 또하나의 강남권인 강동구의 고덕·명일동 일대는 9호선 연장이라는 대형 호재를 업고 부동산시장의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철 개통 호재에 따른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에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이 부쩍 많아졌다. 지하철 9호선 연장 확정 소식을 접한 일부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5일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노선 사업시행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사실을 통보했다. 9호선 4단계는 올 10월 말 개통을 앞둔 중앙보훈병원역에서 길동생태공원, 한영고, 고덕역을 경유해 고덕강일1지구(샘터공원)에 이르는 3.8㎞ 구간이며, 4개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최대 수혜지역은 강동구 고덕·명일·길동 등이다. 지하철 9호선 개통 시 강동구에서 강남권 진입이 30분 내에 가능해진다. 때문에 9호선 연장은 강동구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손꼽혀 왔다. 강동구는 9호선 4단계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연내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9호선 4단계 노선이 지나는 이 일대는 지하철 연장 기대감과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 및 엔지니어링복합단지 조성 등 개발 호재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상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강동구의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2171만원에서 매달 급격히 올라 올해 3월 2412만원을 찍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며 서울 전체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던 4월 이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14일 기준 강동구 아파트값은 3.3㎡당 2432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에서 강남·서초·송파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그런데도 9호선 연장 수혜지역 아파트 단지들에선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도 희망가를 올려 부르기 일쑤다. 실제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옛 고덕주공2단지) 전용면적 84㎡형은 11억~1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일주일 전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작년 봄 입주한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 84㎡형은 올해 초만해도 9억원대 후반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최대 13억원까지 호가한다.
고덕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9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후 매입 문의 전화가 많아졌지만 집주인(조합원·분양권 소유자)들이 팔지 않겠다고 하거나 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거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9호선 4단계 노선이 개통하면 한영고역과 고덕역(지하철 5호선과 환승)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명일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다. 아파트 매물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호가는 연일 상승세다. 명일동 신동아아파트 전용면적 112㎡형 매매시세는 9억5000만~10억원으로 일주일 새 최고 5000만원 뛰었다. 인근 한양아파트 전용 84㎡도 8억5000만~8억8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달 전보다 3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명일동 B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으로 주춤했던 시장 분위기가 9호선 연장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 확 바꿨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지금은 거래 가능한 물건이 아예 없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 공인중개사는 “강동구의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9호선 연장 확정으로 그동안 강남에 비해 저평가됐던 집값이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동구가 명실상부한 강남4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양을 앞둔 고덕동 재건축 단지도 9호선 연장 프리미엄의 수혜를 톡톡히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분양하는 ‘고덕 자이’(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GS건설이 강동구에서 수년 만에 선보이는 자이 브랜드로 총 1824가구 중 864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고덕자이의 일반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3.3㎡당 2400만원 선으로 책정된 만큼 9호선 연장을 호재로 엄청난 수의 청약통장이 이 단지에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9호선 4단계 연장 노선이 개통하기까지는 꽤 오래 기간이 걸리는 데다 고덕동 일대 재건축 입주 예정 물량도 많아 고덕·명일동 일대가 앞으로 1~3년 새 ‘공급 폭탄’에 속앓이를 할 수 있는 묻지마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