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계 진단]<上>삼성·현대ENG의 끝나지 않는 공사현장

by김도년 기자
2016.06.28 07:01:00

우즈벡 가스전 사업장, 1년째 공사진행률 90%대 유지
진행률대로 따박따박 잔금 받았나?…미청구공사·공사미수금 거의 없어
삼성ENG "사실상 공사 끝내 잔금 다 받았다…하자보수 비용 탓에 진행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따라 건설사들이 올 1분기 사업장별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 현황을 공시했다. 하지만 일부 완공예정일이 지난 사업장에서 눈에 띄게 적은 미청구공사·공사미수금을 계상하면서 손실 반영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장 내 의심도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최종 잔금지급 조건이나 공사가 미뤄지는 사유를 함께 공시해야 오해가 풀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떤 상황인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화학단지. 우즈벡 북서쪽 수르길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110㎞ 떨어진 가스화학 공장으로 보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플랜트 건설 일감은 GS건설(006360)과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 3곳이 공동으로 수주해 공사를 진행했다. GS건설은 지난해 3분기 공사를 끝냈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납기일을 1년 가량 초과한 채 여전히 잔여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공시되고 있다.

자료 : 각사 분기보고서


이데일리가 27일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액 대비 5% 이상인 사업장별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 등 세부 공시 내역을 살펴본 결과 완공예정일이 지났음에도 공사진행률 90%가 넘는 상태가 1년여 동안 지속되는 가운데 미청구공사나 공사미수금(매출채권)이 눈에 띄게 적게 계상됐거나 이 두 가지 내역이 아예 없는 사업장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건설사들은 전체 수주금액의 10% 안팎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사가 끝난 뒤 잔금으로 받는 방식으로 계약한다. 개별 계약마다 잔금 규모가 달라질 순 있지만 상식적으로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공사잔금을 받는 사업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아주 특이한 계약이 아니라면 공사를 86% 진행했다고 가정하면 공사대금을 80%만큼, 96% 진행했다면 90% 만큼 주는 등 공사진행률보다는 적게 받는 게 일반적이다. 공사는 86%만큼 진행했는데 공사대금을 정확히 8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딱 맞게 받거나 진행률보다 더 많은 공사대금을 발주처로부터 먼저 받는 일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잔금은 대략 수주금액의 10~20% 선에서 정해지는데,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공사잔금을 발주처가 먼저 준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며 “특히 해외 현장에서는 공사가 끝난 뒤에도 공사잔금을 못 받아서 우리 건설사들이 고생을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식에 비춰보면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우즈벡 가스전 공사(UGCC)와 관련해 계산된 미청구공사나 공사미수금은 눈에 띄게 적은 금액이 계상돼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사업장의 공사진행률이 98.7%에 이르는데, 통상의 건설 계약대로 발주처가 공사대금을 90%만큼 지급했다고 가정하면 건설사가 계산한 공사진행률과 발주처가 대금을 지급한 공사진행률과의 차이인 8.7%에 해당하는 금액이 미청구공사나 공사미수금으로 잡히게 된다.

건설사가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았다면 미청구공사에 해당하고 청구는 했는데 발주처가 지급하겠다는 확약만 하고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면 공사미수금으로 잡히게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계약에서 수주금액 8178억원의 8.7%인 711억원 규모의 돈이 미청구공사나 공사미수금으로 계상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49억원 규모의 미청구공사만 계상된 것으로 공시됐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즈벡 가스전 공사대금은 공사진행률에 해당하는 만큼 다 받았지만 부대시설 하자보수에 따른 유보금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사가 끝나 대금까지 다 받았지만 하자보수충당금을 쌓게 되면 이 비용이 총예정원가로 잡혀 공사진행률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사진행률은 실제투입원가를 총예정원가로 나눈 값으로 분모인 총예정원가가 늘어나면 공사진행률이 하락한다. 또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우즈벡 가스전 사업장은 공사진행률에 정확히 맞춰 공사대금이 들어온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완공예정일을 훌쩍 넘긴 사업장 중에선 미청구공사나 매출채권이 한 푼도 잡혀 있지 않은 사업장도 있다. 발주처가 건설사가 계산한 공사진행률대로 수주금액을 모두 지급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이는 건설현장 상식과는 배치돼 시장의 오해를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부러 공사기간을 무한정 늦춰 손실 반영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즈벡 가스전 공사에 함께 참여한 GS건설은 지난해 이미 300억원대 손실을 털고 공사를 끝냈다. 사업장 한 곳의 손실 규모는 적을 수 있지만 이런 사업장이 여러 곳이라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