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선화 기자
2016.06.20 06:30:00
평당 60만원 구매한 새만금 토지 시세보다 비싸
2년 뒤 2배 장담 믿고 매입, 60만원 매도도 어려워
"컨설팅 수수료 받았을 뿐 바가지 아냐" 해명
기획부동산 출신 강사 토지쪼개기로 수백억 벌어
수업료 330만원 경매학원 부실한 강의로 원성도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공무원인 김모(52)씨는 노후 대비를 위해 땅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러 경로로 방법을 찾던 중 유명한 부동산 경매 학원이 있다고 해서 수십만원이나 되는 수업료를 내고 강의를 들었다. 수업을 맡은 강사 A(33)씨가 젊은 나이에 수백억대 땅부자가 됐다는 말을 듣고 나니 더욱 신뢰가 갔다. 김 씨는 지금은 3.3㎡당 60만원이지만 2년 뒤에 12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장담하는 강사의 말만 믿고 새만금 간척지에 위치한 강사 소유의 토지 중 일부를 1억500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2년이 지난 뒤 현지 부동산사무소를 통해 시세를 알아보니 3.3㎡당 120만원은 커녕 60만원에도 팔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강사의 말만 믿고 땅을 산 게 정말 후회스럽다”며 “피해를 본 수강생들이 여럿 더 있지만 거래 자체는 합법적이어서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사 A씨는 “토지투자는 길게 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땅값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판 게 아니라 매매가의 0.9%를 컨설팅 비용으로 받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직장을 다니면서 부동산 공부를 병행하는 ‘직장인 재테크 스터디족(직터디족)’들이 늘면서 부동산 경매학원에 등록했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주로 고액의 수업료를 냈지만 수업이 부실해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업중 강사가 추천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앞서 사례와 같이 강사가 본인이나 강사의 지인 등이 보유한 부동산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강사가 추천하는 물건을 고가에 매입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주로 토지분야다. 토지는 아파트 등 주택과 달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렵다.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이 전문가의 말만 듣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경매학원 강사는 “같은 강사지만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많다”며 “고가로 물건을 떠넘기고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수강생들에게 폭탄돌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경매 열풍을 타고 부동산 경매학원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수강생을 끌어모으기 위한 과장광고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경매에 관심이 많던 직장인 최모씨는 여러 부동산 경매학원들을 비교하다 8주 수업에 330만원인 B학원을 선택했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비싼 수업료를 감수했다. 특히 해당 학원이 부동산 경매 물건을 낙찰받을 때까지 평생 컨설팅해준다는 광고에 혹했다. 그러나 8주간의 수업이 끝나도록 수강생 12명 중에 실제 낙찰에 성공한 사람은 2명 뿐이었다. 나머지 10명은 수업이 끝난지 한달이 다 되도록 패찰만 거듭하고 있다.
최씨는 “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1년 이상 부은 적금을 깼다”며 “수업료가 비싼 대신 상세한 물건 분석은 물론 기존 세입자 문제까지 해결해 준다고 해서 등록했는데 강의가 부실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경매 전문가는 “두달만에 낙찰을 받게 해준다는 약속 자체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고가에 낙찰받자면 가능하겠지만 낙찰이 중요한게 아니라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낙찰을 받을 때까지 입찰하는 끈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경매학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8주 과정이면 수업료가 30만~50만원 수준이지만 사실 정해진 가격은 없다”며 “1대1 컨설팅을 하는 대신 수업료로 1000만원씩 받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