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진환 기자
2016.06.07 06:30:00
2012년 이후 대전서 세종이주 5만5200명 달해
"수도권 과밀해소 대신 충청권 인구공동화 조장" 비난도
세종시 분양계약 체결 30개 업체 중 17개가 충청기업
토지 5년간 무이자 임대·취득세 75% 감면 등 파격지원
[세종=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달 말 기준 세종시 인구는 23만 1552명이다. 2012년 7월 출범 당시 10만 751명이었던 세종시 인구는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까지 3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50만명의 대부분은 중앙부처 이주 공무원을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인구의 지방유입으로 채워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세종시는 중앙부처 이주 공무원을 제외하면 대전과 충남·북에서 유출된 주민들로 채워지면서 심각한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전시와 충남도, 충북도 등 인근 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인구 지키기에 고심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종시에는 현재 8만 8256가구, 23만 1552명(5월 말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세종시의 ‘2030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2020년에는 예정지역 30만명에 읍·면지역 11만 6000명, 2030년까지 예정지역 50만명에 읍·면지역 30만명을 합해 모두 8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세종시 거주 인구의 평균 연령은 36.3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자 인구 유입이 가장 빠른 도시다. 그러나 세종시가 빛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인근 도시들은 인구 유출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대전시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통계청 ‘3월 국내인구이동’ 현황에 따르면 대전의 순이동률은 -0.08%로 서울(-0.09%) 다음으로 인구감소가 많았다. 1992년 113만명으로 출발한 대전시는 2014년까지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세종시 출범과 함께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첫 감소를 기록한 뒤 현재까지 순유출이 이어지면서 올해 2월 말 기준 대전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151만 7118명이다. 정점이었던 2013년 153만 2811명과 비교해 1만 5693명(1.02%)이 줄어든 상태다. 세종시가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공식 출범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에서 모두 4만 9280명이 전입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까지 모두 5920명이 이주했다. 세종시 전입 인구인 20만 5117명 중 26.9%(5만 5200명)가 대전에서 왔고, 뒤를 이어 경기(13.4%), 충남(10.7%), 충북(10.4%), 서울(10.3%) 등의 순이다.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한 세종시가 수도권 대신 충청권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세종시에는 올해도 2만여가구의 공동주택이 새로 공급될 예정인 반면 대전과 충남, 충북 등지에서는 새로운 주택공급이나 일자리 등 인구 유입에 필요한 요인이 거의 없다”며 “당분간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