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민의 사과나무]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생각한다
by정태선 기자
2016.04.02 09:00:00
| 조승민 객원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정치학 박사. 글로벌입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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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민 칼럼니스트]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력자들의 행태가 국민적 지탄을 받는 와중에, 경제권력자들의 일탈행위도 그에 못지않게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면벽근무를 하게 했다, 대림산업 부회장이 운전기사에게 폭언, 폭행은 물론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행하라는 기이한 요구까지 했다, 한진그룹 회장은 SNS 막말 댓글 논란에 휩싸였다,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은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금복주는 여직원이 결혼하면 사표를 받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지속해왔다...등등...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만 해도 이 정도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이 같은 일들은 개인은 물론 기업경영에도 걸림돌로 돌아온다. 실제로 고용부의 근로감독을 받거나, 전국적 불매운동이라는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매출감소라는 눈앞의 손실에 더하여 기업 이미지 추락이라는 무형의 손실은 계량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중소·중견기업의 일탈행위도 부각되는 추세다. 언론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이 경우 경험, 인력, 자원이 부족한 이들 기업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기도 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국민의 권리의식은 날로 향상되고, 정보의 공개와 확산속도가 질적, 양적으로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한편, 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져왔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시대착오적이고 어이없는 행태가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또한 시대착오적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보다는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요구는 무엇일까? 미국의 아치 캐럴(Arch B. Carroll)교수는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를 “사회적 기대”로 정의하면서, 이를 ‘경제적 기대’, ‘법률적 기대’, ‘윤리적 기대’, ‘자선적 기대’로 분류했다. 이를 근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으로 규정하고, 이 네 가지에 충실할 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수익을 내는 것이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수익 창출을 통해 생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인정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기업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2014년 하반기 국내 기업에 대한 호감지수가 100점 만점에 44.7점이었다. 이는 200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점수다. 국가경제기여(46.0점), 생산성 향상(60.4점), 국제경쟁력(70.7점)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윤리경영실천’(21.9점)과 ‘사회공헌활동’(39.7점) 점수가 낮아서였다. 경제적 역할에 대한 점수만 높아서는 전체 호감도가 상승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자선적 책임을 위한 기업의 지출이 꾸준히 증가함에도 평가는 낮다. 국민이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기업의 비윤리적, 탈법적 행위를 무마하려는 수단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이 그것이다.
또 하나 심각한 점이 있다. 기업 호감도 하락이, 경제적 책임 부분에 대한 점수 하락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보통수준(50점)의 호감지수를 유지했다. ‘경제적 책임’부분에 대한 높은 점수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체 호감지수가 보통 수준 이하(40점대)로 내려간 것이다. ‘경제적 책임’에 대한 점수까지 이전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다. 가령, ‘국가경제기여’ 부분은 2014년 상반기에 비해 3.6점이나 하락했다. 국내 기업가정신에 대한 평가는 조사 시작(2008년 하반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기본인 경제적 책임에 대한 평가까지 낮아지는 현상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를 화두로 한 여야의 논쟁이 한창이다. 여당은 대기업 규제완화와 투자촉진 등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탈피한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흔쾌한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의 논쟁과 기업의 일탈행위가 오버랩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