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리포트]油, 미워…주유소 울고
by박기주 기자
2016.02.19 05:00:3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부자요? 그게 언제적 얘긴데 아직도 해요. 애들 학원비 대기도 빠듯합니다”
인천 남구 주안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48)씨는 최근 주유소 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이씨는 “주유소가 부쩍 늘어 주유소 간 가격 경쟁도 심한 데다 정부가 기름에 물리는 세금도 그대로여서 수익을 내기가 전과 같지 않다”며 “휴지나 생수 같은 경품을 안 준 지도 오래됐다”고 귀띔했다.
한때 주유소 사장 직함을 내밀면 부자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주유소 사장님은 동네 유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될 정도로 상당수 주유소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공급이 늘면서 주유소 간 출혈경쟁이 심해진 데다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수익 내기가 전보다 더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빅데이터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본지가 신한카드와 최근 3년간 주유소 가맹점의 매출과 가맹점 수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주유소 업종의 매출은 1년 전보다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16개 업종 가운데 아웃도어(-24%)·패밀리레스토랑(-22%) 이어 세번째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 최근 3년간 매출 현황 역시 -7.5%→-7.3%→-21%으로 줄곧 내리막을 탔다. 가맹점 수도 1년 전보다 8.1% 감소했다. 경영난을 겪는 주유소 업주들이 대거 사업을 정리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주유소가 직격탄을 맞은 가장 큰 이유는 저유가로 주유소들이 가격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47.81원으로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 2개 가격(1600원)보다 낮다. 정부에 내는 세금과 정유사에 주는 기름값을 뺀 주유소가 챙기는 금액은 100원 안팎. 여기에 인건비와 유통비 등을 떼고 나면 주유소가 챙기는 순수 마진은 30원 안팎이다. 휘발유값이 떨어지면 마진은 더 줄어든다. 주유소가 몰린 지역에선 이런 가격 출혈 경쟁이 더 심하다.
요즘은 주유소 안에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과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주유소가 새로운 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기름만 팔아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워낙 가격 경쟁이 심해 마진을 줄여야 손님을 끌 수 있다”며 “이러다 마진이 10원으로 내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