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민구 기자
2015.06.11 03:01:01
[임이석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 2009년부터 국내에 외국인 환자유치가 가능해지면서 중국인 성형관광객 수가 급증세다. 2009년 중국인 성형관광 비중이 전체 성형외과 환자 가운데 27.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67.6%로 껑충뛴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성형환자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중국내 경제성장에 따른 미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를 수용할 만한 의료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춘 병원이 중국 현지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 성형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어서 돈 많은 중국인들이 쇼핑과 관광, 성형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한류 드라마, 한국화장품 인기에 힘입어 국내 피부과 시술도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13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환자 5만6000여명 가운데 40%인 2만2500여명이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함께 찾았을 정도다. 이들은 보톡스나 필러는 물론 한국 여배우 헤어라인과 눈썹 모양까지 따라하는 등 성형과 피부시술을 함께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요우커가 최근 타이완으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행 러시가 주춤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 여행사들이 환자들에게 진료비와 수술비를 부풀린 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요우커가 여행패키지에 묶여 알지도 못하는 병원에 가는 단체관광과 바가지 요금에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요우커들의 의료관광 풍속도 역시 바뀌고 있다. 단체관광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병원 내부시설과 의료 시스템, 전문의에 대한 내용까지 빼놓지 않고 확인하고 비교한 뒤 실제 병원을 방문해 현장 검증까지 마친 후 수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잉경쟁과 바가지요금, 불법 알선 브로커 등의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요우커들의 발길이 영영 끊어질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해 정부가 불법 브로커를 단속하고 과도한 진료비를 받는 관행을 없애는 한편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제, 국내 의료서비스 정보 제공 등에 나서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업계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나홀로 요우커’들의 눈높이에 맞춘 1대1 맞춤형 의료관광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방한 의료관광객의 56.9%가 진료 외에 문화체험, 관광, 쇼핑 등 다른 활동도 한다. 요우커들이 발길을 되돌릴 수 있도록 의료관광과 한류문화콘텐츠를 접목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중국 언론매체를 적극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일부 피부과들이 통합 마케팅전략을 통해 중국 현지언론을 활용한 인지도 향상에 주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아울러 국내 피부과 시술에 대한 인식전환도 숙제다. 국내 안티에이징 시술은 세계 의료 시장에서 인정하는 수준에 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의 피부시술 행위에 대한 폄훼나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피부시술 관련 국내 기사가 거의 실시간으로 중국어로 번역돼 중국 검색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 올라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국내 의료기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