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의 트렌드 읽기]편집의 소유, 공감의 즐거움

by민재용 기자
2013.11.18 08:09:12

최근 회사 후배들에게 어쿠스틱 기타를 지도하면서 작은 공연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타라는 악기의 매력을 잘 표현한 오래된 곡들을 젊은 뮤지션들의 새로운 편곡으로 들으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과 공감할 수도 있겠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가까운 친구, 동료들과 나눌 수 있도록 검색물의 링크를 소셜 네트워크에 올려서 함께 듣기도 하고 또 다른 분들이 링크한 것에 공감하는 댓글을 통해 즐거운 소통과 나눔을 경험하였다.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책, 여행의 추억 등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주 푸짐했다.

스마트 폰 등 모바일 기기에 대한 라이프스타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소셜 네트워크(SNS)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고 있다. 매일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메시지가 소통되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 스마트 폰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원인이 되지만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서로의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하고 만족하기 때문이다.

직접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소셜 네트워크에 생기는 소통 메시지의 상당 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글, 사진과 그림, 음악 등에 ‘나의 생각’을 얹는 것이다. 본인의 선호 경향을 잘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 나라에도 이제 조금씩 도입과 정착이 되고 있는 패션 셀렉트 샵 즉 편집 매장들은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본인이 선호하는 상품들을 구매해서 매장에 진열한다. 그리고 상품을 통해서 고객과 소통한다. 본인이 취급하는 상품의 첫번째 고객이 본인인 경우가 많다. 몇해 전 편집매장을 운영하던 유명 영화배우와 상품 콜라보레이션을 협의할 때 매장 운영의 이유에 대해서 그는 본인이 ‘가지고 싶은 상품을 사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내 것이 아닌 것으로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누구나 블러그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본인의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대부호들이 미술품을 수집하여 개인 박물관에 소장하고 혼자 보며 즐거워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아주 평범한 젊은 직장인이 본인의 블로그에 선호하는 글, 사진, 음악, 여행지, 식당, 취미활동 등에 대해 소개하고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상당히 큰 즐거움을 준다.



다만 원칙은 내가 선택한 내용에 대한 인용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퍼온 내용’이 어디서 온 것이고 누가 만든 것인지, 또는 어떤 책과 매체에서 가져온 것인지를 언급하여야만 한다. 자칫 표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 대한 재미있는 의견을 소개하는 것은 괜찮을 수 있지만 원저작자와 상관없이 내 것 인양 착각을 하고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얼마 전 공중파 최고의 프로그램에서 메인 출연자와 유명 뮤지션을 묶어 초대형 콘서트를 통해 함께 만든 음악을 발표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 한 곡이 최근 표절 시비로 화제가 되었다. 표절이라는 것이 시비를 가리고 판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 이유가 100% 모방이 아니라 유사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보의 검색과 링크를 통한 ‘퍼나르기’ 공유가 쉬워지는 최근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원저작물을 만드는 창조 활동에서는 더 많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제레미 리프킨이 2000년에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원제목은 ‘접속의 시대’(Age of Access)이다.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사람은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받아들이기 쉬운 개념이 되었다. 이제는 소유물을 상대방이 부러워하도록 만드는 즐거움이 아니라 선호 이유를 상대방이 공감해주는 즐거움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접속의 편의성 혁신은 소유의 개념도 혁신하였다. 내 선택은 내 정체성, 바로 나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선택이 공감되어 지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