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공화국 대한민국]④정신과 전문의, 병든 한국을 진단하다
by김상윤 기자
2012.07.13 08:23:44
"원만한 생활 가능여부가 판단 기준"
"스스로 중독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정신질환은 이제 감기 못지 않게 흔한 질병이 됐다. 특히 심각한 정신질환인 중독은 범죄와 연계되는 만큼 반드시 통제해야할 대상이다.
지난 5일과 9일 최정석 서울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신영철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을 만났다. 두 전문가로부터 정신질환 공화국의 정신건강 실태 및 해결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정석 교수는 정신질환의 정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는 ‘일상 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에 얼마나 지장을 받는지 여부’라고 거론했다. 그는 “누구나 가벼운 우울증이나 불면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사람들과 마찰 또는 다툼이 자주 일어나고,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고 설명했다.
매년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경쟁 중심의 한국사회가 사람들을 정신질환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 10~20대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30~50대는 직장 내 경쟁, 가정주부들은 가족관계 및 가사부담 등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정신병 진단을 받으면 생물학적 치료와 정신사회학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우울증은 뇌 안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등에 불균형이 생긴 만큼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긴장할 때 위축된 근육을 풀어주는 이완훈련과 상담을 통한 정서적 치료 등 인지치료도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 최 교수는 내년부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선 “신체 건강검진처럼 누구나 편견 없이 받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결과가 나온 이후 전문적 상담 및 진단에 투여될 인력 및 예산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철 이사장은 중독은 정신질환 중 심각한 증세라면서, 특히나 술과 도박중독은 범죄와 연계된 만큼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독은 크게 3가지 증세로 나타난다. 내성이 생겨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이를 중단하면 금단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또, 스스로 조절력을 상실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단지 어떤 특정한 행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중독으로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신 이사장은 최근에 알콜, 마약 등 물질적 중독 이외에 인터넷, 게임, 도박 중독 등 행위중독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중독과 마찬가지로 뇌 신경에 화학적인 영향을 주는 신종질병이라는 것이다.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타고난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승리욕이 강한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는 성향이 강하다. 또 환경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현실이 각박해지고, 재미가 없을수록 기분을 좋게하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는 최근에 여성들이 도박, 술 중독에 빠지는 것도 이들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남성화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선 환자가 먼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후에야 사소한 일상에서도 재미를 찾는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항갈망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와 함께 단주모임, 단도박 모임 등을 주선해 인지행동치료도 병행한다.
신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치중한 채 사람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외면해 왔다”면서 “중독자가 늘어날수록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