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전이 억제` 새 메커니즘 찾았다

by문정태 기자
2010.07.11 12:00:01

백성희 서울대 교수팀, 신개념 항암제 개발 가능성 열어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 발생과 전이를 억제하는 새로운 작동 경로를 규명,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 백성희 교수팀이 `산소가 적은 상황에서 렙틴(Reptin) 단백질을 메틸화할 경우, 히프원(HIF-1) 단백질의 기능을 막아 암의 진행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렙틴 단백질`은 암 전이를 억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암 발생과 전이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의 수소원자를 메틸기(-CH3)로 치환하는 작업(메틸화)을 할 경우 암의 발생과 전이가 억제된다는 게 연구의 주요 내용이다.

▲ 쥐에서의 종양 생성 측정 실험. 연구팀은 쥐에서 종양 생성을 측정하기 위해 유방암 세포주를 주사했다. 렙틴의 발현을 줄인 경우(사진 2번째, shReptin)와 메틸화가 안 되는 렙틴 돌연변이체를 과발현시킨 경우(사진 4번째, K67A)에는 대조군에 비해(사진 1번째, shNS) 종양 생성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백 교수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렙틴의 메틸화가 암 진행 및 전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 렙틴의 양을 줄이거나 메틸화가 되지 않는 렙틴의 돌연변이체를 과발현시킨 암세포를 쥐에 주사하면 암의 진행이 촉진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전문지인 셀(Cell)의 자매지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지 7월 9일자(현지시간)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백성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신개념 항암제 개발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렙틴의 메틸화 여부가 향후 암의 진행과 전이를 진단하는 주요한 마커(암 판별물질)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국내외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백성희 교수 주도 아래 ▲이세웅 박사(제1저자) ▲황대희 포스텍 교수 김근일 숙명여대 교수 ▲서상범 중앙대 교수 ▲김정화 인하대 교수 ▲이호 박사(암센터) 등이 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