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치찌개 대신 먹었던 사라다빵이 생각난다면…'오무라이스 잼잼'[툰터뷰]
by김가은 기자
2024.09.29 10:12:16
웹툰 ''오무라이스잼잼'' 작가 조경규 인터뷰
음식으로 엮어낸 추억과 지식, 역사
"타국 음식도 수 차례 먹으며 문화 이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 오무잼은 인생의 축복"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철없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돈암동 아리랑 고개. 기자는 집에서 밥을 해먹는 일이 대다수다 보니 ‘외식’이라는 말이 어머니 입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김치찌개도 맛있지만 MSG(글루탐산나트륨, 조미료를 의미)의 자극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한 주 동안 가장 기다리던 날은 토요일이었다. 아침이면 온 가족이 ‘태극당’이라는 빵집으로 총출동해 ‘사라다빵’, ‘피자빵’ 등을 먹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라진 가게지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표지(사진=카카오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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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은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은 물론, 역사와 지식까지 담아낸 일종의 ‘음식 백과사전’이다. 작가와 가족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몽글몽글’한 감성으로 풀어낸 뒤 음식의 유래와 변천사에 대해 풀어내는 방식이다. 연필로 삭삭 그려낸 듯한 그림체와 잘 어우러지는 따뜻한 가족사에 미소를 짓다보면 어느새 ‘아, 카르보나라는 이렇게 만들어졌구나’라고 자연스레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조경규 작가는 음식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기억을 갖고있는 인물이다. 작가 본인은 어릴 적부터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먹는 것을 즐기는 가정에서 자라났고, 성인이 된 뒤에는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아내를 만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취향은 자연스레 두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맛집에서 먹은 음식 뿐 아니라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초코바 하나를 갖고도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은 가족 간의 추억 외에도 조 작가 만의 특별한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일 것이다.
어느덧 15년째에 접어든 오무라이스 잼잼을 연재하며 음식 만화의 대가로 불리는 조경규 작가를 지난 27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만화를 그렸습니다. 8살 때부터 말풍선이 있고 줄거리가 있는 만화를 그렸거든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부모님 몰래 만화를 그렸고 그때 그렸던 만화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림실력은 형편없었죠. 그렇지만 너무 재밌어서 계속 그렸습니다. 그때는 독자가 저희 형 딱 한 명이었어요.
당시에는 지금과 달라 만화가를 직업으로 꿈꾼다는 게 흔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전공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어린이 학습 만화를 몇 편 그리긴 했습니다만, 30대 중반에 ‘팝툰’이라는 만화잡지 편집자들에게 제안이 왔습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리면서 원고료를 받는다는 게 마냥 신기했지요. 그렇게 2008년 ‘차이니즈봉봉클럽’이 나왔습니다.
어려서부터 가정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먹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는 가족이었거든요. 자연스레 음식에 관심이 많아 20대부터 책도 모으고 자료도 모으고 그랬는데 이렇게 음식 만화를 그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먹는 것과 만화 그리는 것 둘 다 제가 참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직업이 될 줄은 몰랐던 거죠. 그것도 두 가지를 합쳐서요.
워낙 관심이 많고 애정이 넘쳐서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음식이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고 늘 생각하거든요. 인스턴트 라면부터 감자칩까지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자연식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든 모든 가공음식과 요리에 특히 더 관심이 갑니다.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요.
그리고 늘 ‘세상은 작고 먹을 것은 많다’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취재하는 걸 좋아합니다. 미리 공부하고 알아보고 직접 먹어보고 더 알게 되고 하는 식이죠. 다른 나라 음식에 대해 얘기할 때는 그 나라 사람들이 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대합니다. 너무 겉핥기식으로 보이기도 싫고요. 그래서 먹고 먹고 또 먹어보며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한 두번 먹는 걸로 음식 문화를 이해할 순 없잖아요.
당시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국제문화단체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어요. 저는 출퇴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작업한다는 조건으로 가게 됐죠. 그때 두 아이가 1살, 2살이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매일 점심에는 식당을 찾아다니며 취재를 했어요. 1년 예정으로 갔는데 3년 동안 머물게 되었죠. 비자 때문에 해외를 다닐 수 없던 상황이라 중국의 여러 도시를 틈틈이 다니기도 좋은 기회였어요. 그때 먹었던 이야기가 ‘차이니즈봉봉클럽’ 3권인 베이징편과 4권인 광저우편에 담겨 있어요.
그 식당은 300년이 넘은 식당이었어요. 그 정도 오랜 세월 사랑받은 음식이라면 한 번 먹고 평가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짜장면과 북한의 냉면, 인도의 커리 종류도 그렇지요.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 처음엔 낯설지만 다섯 번쯤 먹으면 역시 굉장히 맛있는 음식이란 걸 알게 되거든요.
한 번의 실망(?) 때문에 평생 선입견에 갇혀 살고싶지 않은 마음이랄까요? 그렇지만 여러 번 먹어도 역시 별로인 음식도 있긴 있어요. 그쯤되면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에 시작했으니 15년이 됐습니다. 1년에 1시즌씩, 15시즌까지 왔으니까요. 저는 너무 열심히 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합니다. 오무라이스 잼잼의 경우는 1년에 6개월 정도 작업하는데, 아마 1년 내내 했더라면 이렇게 오래 못했겠지요.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주아주 오래 할 생각으로 계획을 잡았기 때문에 쉬엄쉬엄 하고 있습니다. 그림체도 힘을 많이 빼고 좀 설렁설렁 그리고요. 대신 음식 컷만큼은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한답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면 보낼수록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는 점도 저에게는 처음부터 중요했습니다. 아내와 매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면서 많은 점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오무라이스 잼잼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 너무 많지만, 하나로 압축하자면 이런 식 아닐까 싶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 이상의 인생 뭐 있나’랄까요?
하하하, 그건 독자분들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제 작은 소망은 건강하게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만화 작업하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