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근거 잃어…과기부 조사, 네이버 '멀티호밍률' 92% 최고
by김현아 기자
2024.07.19 06:00:00
멀티호밍 못하면 규제법 준비 공정위
과기부 조사 결과, 네이버 경쟁친화적
과기부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발표
멀티호밍률 낮은 건 구글플레이(앱마켓)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사전 규제를 담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술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가 공정위의 인식과 상반되어 주목된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에서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등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 우대 및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을 금지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의 실태조사 결과, 검색과 전자상거래 등 국내 사업자들이 1위를 차지한 분야에서는 멀티호밍률이 높았으며, 구글플레이가 주도하는 앱 마켓의 경우에만 멀티호밍률과 전환율이 가장 낮아 고착화(Lock-in) 현상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주요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의 멀티호밍률과 전환율. (출처=과기정통부) 멀티호밍률이란 ‘지난 3개월간 이용한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가 2개 이상인 비율’을 의미하는데, 검색포털 및 디지털 서비스내 검색기능에서 네이버는 92.2%를 기록해 1위였다. 멀티호밍률 2위(86.8%)는 전자상거래의 쿠팡이었다. 전환율이란 최근 1년 이내 주 이용 서비스를 전환한 경험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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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야 정치권이 발의한 ‘플랫폼법’에는 자사 우대와 멀티호밍 제한을 금지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고객을 자사 플랫폼에 가두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 고착화 현상이 가장 큰 쪽은 앱 마켓으로, 구글 플레이의 멀티호밍률은 25.5%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를 잡겠다고 도입하려는 법안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 및 디지털 서비스 내 검색 기능에서 멀티호밍률 92.2%를 보여 가장 경쟁 친화적이었으며, 그 뒤를 ▲전자상거래 분야의 쿠팡(86.8%)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스타그램(85.0%) ▲숙박 플랫폼 야놀자(61.9%) ▲음식 주문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59.1%) ▲메신저 카카오톡(49.3%)이 따랐다.
과기정통부는 “앱 마켓(구글 플레이)의 경우 멀티호밍률과 전환율 모두 가장 낮아 고착화(Lock-in) 현상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배경율)이 전국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주요 플랫폼 유형별 이용 행태 등을 조사한 결과다.
또한, 앱 마켓 이용자의 59%가 앱 결제 방식에 따른 가격 차이를 알고 있으며, 아웃링크 방식이 허용될 경우 전체 응답자의 44.3%, 앱 내 결제 방식 안내가 허용될 경우 응답자의 46.1%가 외부 결제를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애플(앱스토어) 이용자의 과반 이상은 사이드로딩이 허용될 경우 타 앱 마켓사(62.2%) 및 웹사이트(57.6%)를 통해 앱을 다운로드받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드로딩이란 모바일 OS를 운영하는 사업자의 앱 마켓 외 다른 앱 마켓 또는 웹사이트 등을 통한 앱 배포를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부가통신사업의 매출은 328.5조 원으로 추정되며, 그중 디지털 플랫폼 매출은 114.4조 원으로 추정됐다.
유형별 최상위 사업자의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대표 서비스 기준, 3개월 평균)는 다음과 같다. 콘텐츠 3718만 명, 앱 마켓 2376만2000명, 커뮤니케이션 2081만2000명, 서비스 1638만9000명, 재화 1347만1000명, 신유형 180만4000명, 데이터·AI 93만4000명 순이다.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사업범위는 서비스 35.8%, 콘텐츠 24.2%, 재화 18.7%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한 사업자는 평균 3개 이상의 유형을 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기술 활용 비율은 부가통신사업자가 43.4%,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73.5%로, 플랫폼 사업자가 약 30%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활용하는 기술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순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또한 고객 관리 및 마케팅(부가통신 47.7%, 플랫폼 51.8%), 기존 제품 또는 서비스 개선(부가통신 31.4%, 플랫폼 36.8%) 등의 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 플랫폼을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최신 기술 전문 인력 확보가 가장 많이 지적됐다. 그 뒤를 인프라 비용 부담, 글로벌 기업 및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가 이었다.
이 조사는 전체 부가통신사업자(1만7237개사) 중 자본금 1억 원 미만, 휴·폐업한 사업자를 제외한 5863개사를 모집단으로 선정하여, 자본금 1000억 원 이상 사업자는 전수 조사하고, 그 이하는 표본조사(총 1501개사)를 실시한 것이다. 조사는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면 및 온라인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