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사진 한 장 없지만…하이브는 구내식당도 ‘예술’[회사의맛]

by김미영 기자
2024.02.24 08:10:00

하이브, 용산 사옥 18층에 구내식당 운영
점심 코너 4개 중 2개는 ‘샐러드’…직원 취향 존중
고급스러움과 세련미 동시에 묻어나
식사가격, 직원 2천원·일반인 9천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K팝 가수의 산실인 하이브(352820)의 용산 사옥 구내식당. 혹시 소속 뮤지션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한다면 헛물을 켤 공산이 크지만 탁트인 한강뷰와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다. 소속 뮤지션들의 곡이 아닌, 최근 핫한 외국 노래들이 식당에 흘러 귀를 쫑긋 세울 법도 하다.

하이브 용산 사옥의 22일 점심식사 샐러드 메뉴(사진=하이브)
하이브 용산 사옥의 22일 점심식사 한식 메뉴(사진=하이브)
하이브의 구내식당을 찾아간 지난 21일, 얄궂게도 겨울비가 왔다. 보통은 눈·비가 내리는 날이면 구내식당들은 북새통이다. 직원 1000여명이 일하는 이곳도 그러겠거니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대기줄이 없었다.

회사가 직원전용 모바일앱을 통해 점심과 저녁식사 운영시간에 맞춰 10분 단위로 직원들에게 사전 예약을 받는 덕분이었다. 식사를 원하는 시간대에 이미 예약 직원들이 많다 싶으면 시간을 조금 바꾸면 된다. 직원들은 배식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 좋고, 조리사들은 긴 대기줄에 마음 쫓기지 않아도 되니 좋은 시스템이다.

하이브 직원전용 모바일앱(사진=김미영 기자)
풀무원(017810)이 위탁 운영하는 이곳에선 점심식사로 4개 코너를 운영한다. △한식 △글로벌 퓨전 등 일품 △수제 간편식 샐러드 △완제 간편식 샐러드다. 다만 이날 점심메뉴엔 샐러드가 한가지 빠져 돈목살김치찌개, 훈제연어스테이크샐러드, 샐러드팩이 준비됐다.

4개 코너에 샐러드만 2가지인 점은 독특하다. 하이브 관계자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 직원들이 자기관리, 식단조절 등을 위해 샐러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의 취향을 적극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메뉴별 칼로리를 공지하는 식당들이 있긴 하지만 이곳은 총 칼로리의 에너지비율까지 알려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예컨대 돈목살김치찌개와 흑미밥, 게맛살계란찜, 프랑크소시지케찹조림, 감자채당근볶음이 담긴 한식을 택하면 총 884kcal에 탄수화물 57%, 단백질 19%, 지방 24%다.



맛은 어떨까. ‘맛있으면 0kcal’라는 말을 믿고 싶어지는 맛이다. 샐러드는 그야말로 건강한 맛이고, 한식은 삼삼하다. 날씨를 생각하면 뜨끈한 국물의 김치찌개가 당길 것 같지만 식당엔 샐러드를 먹는 직원들도 꽤 많았다.

식당은 저녁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한식과 일품을 돌아가면서 메뉴로 짠다. 점심과 저녁 언제든 ‘샐러드 바’도 즐길 수 있다. 샐러드 2종과 김치, 현미밥 등이 따로 있다. 매달 한 번 이상은 특식 혹은 이벤트를 제공한다.

하이브 용산 사옥의 구내식당 모습(사진=김미영 기자)
식사의 비주얼도 예쁘지만 전체적인 식당 공간 자체도 인상적이다. 18층에 위치해 통창 너머로 노들섬 등 한강뷰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데다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좋다. 독특한 모양의 목재 의자와 모서리가 둥근 목재 테이블은 고급스러움을, 짙은 회색벽은 세련미를 풍긴다. 벽에 달린 모니터들에선 해외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흘러 ‘힙’한 느낌도 준다. 음악하는 기업의 식당이라 그런지, 식당도 예술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소속 뮤지션들의 사진은 하나도 없다. 하이브 관계자는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뮤지션들의 초상을 사옥 내부에도 노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식사 가격은 단돈 2000원. 물론 직원가다. 한달 단위로 직원이 먹은 식사 수만큼 월급에서 공제한다. 한달에 스무 번 식사를 해도 4만원만 내면 된다.

일반인이라면 9000원에 식권을 살 수 있다. 다만 출입제한이 있기 때문에 업무 외 방문은 불가능하다. 참고로 하이브 소속 뮤지션들은 일반 직원들과 다른 엘리베이터, 식당을 이용한다고 하니 다른 꿍꿍이로 하이브 구내식당을 찾는다해도 별 소득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