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제작자 "극장·OTT 상생엔 홀드백 법제화 필수"[만났습니다]②

by김보영 기자
2024.01.25 06:00:00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홀드백 무너지면 산업 근간도 무너져내릴 것"
"더 좋은 영화 만들기 위한 고민도 기울여야"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제작한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가 최근 극장 영화의 부진 및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시장 장악과 함께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홀드백’(극장 개봉한 영화가 IPTV, OTT 등에 공개되기 전까지 일정 유예기간을 두는 영화산업 내 관행) 법제화를 향한 소신을 밝혔다. 특히 홀드백 법제화가 팬데믹 이후 현저히 줄어든 제작 편수와 투자 위축 등 산업 전반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제도임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극장과 OTT가 상생할 수 있는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홀드백’ 기간이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홀드백을 지켜 일차적으로 극장에 영화들이 원활히 상영될 수 있게 하고, OTT 역시 적극 투자를 통해 자체 오리지널 영화 라인업을 강화한다면 충분한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홀드백 기간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영화의 제작 규모와 흥행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OTT 위주의 시청패턴이 정착하기 전까지 홀드백은 통상 10주 정도 보장됐으나, 팬데믹 이후 극장 관람 행태가 위축되자 그 기간이 대폭 축소됐다. 2023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나 ‘서울의 봄’처럼 크게 흥행한 작품들은 두 달 이상 극장에 상영되는 분위기이지만, 그렇지 못한 영화들은 오지 않는 관객들을 기다리다 4주 만에 안방극장 수순을 밟는 게 일상이 됐다. 웬만한 영화들을 한 달만 기다리면 구독 중인 OTT로 무료 시청할 수 있는 만큼 홀드백의 파괴가 극장에서 돈을 주고 영화를 보는 행위를 점점 더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하소연도 들려온다. 업계 내에서 ‘홀드백 법제화’를 향한 열망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김 대표는 “홀드백 법제화의 실현이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정부와 국회의 관심을 바탕으로 투자배급사협회와 OTT 업계가 충분한 논의를 나누면 실천할 수 있는 안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미 등 해외와 비교해도 한국의 영화 산업에서 홀드백이 많이 무너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OTT 하나쯤은 가입돼 있다. 3주, 4주만 기다리면 그 OTT로 무조건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원국 대표(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대중의 편의를 위해 OTT를 택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흐름이란 이유로 극장 영화의 생존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이 줄고 산업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다만 높아진 대중의 안목과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 극장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제작자들의 노력 역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기술적으로 ‘극장에 더 적합한 영화’라는 건 없다. 요즘은 OTT에도 기술적으로 뛰어난 영화가 많다”며 “결국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대작인지 저예산 영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개봉한 ‘30일’이나 ‘달짝지근해: 7510’, ‘잠’도 중저예산 작품이었지만 입소문을 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모두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보편성을 내포한다면 관객도 반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봉날짜를 정하는데 성수기, 비성수기를 고려하던 관행도 무의미해졌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한 해 영화의 개봉 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성수기, 비성수기를 고민할 필요가 사라졌고, 가뜩이나 열악해진 극장 환경에 영화들이 특정 시즌에 몰려 포화상태에 개봉한다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