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은 안되고 내야 할 이자는 눈덩이…올해 건설사 21곳 고꾸라졌다
by김아름 기자
2023.12.22 06:00:00
[고금리의 역습]전국 건설현장 곳곳 스톱
기업 정기신용위험평가 결과 231개사 부실징후
업종별로는 부동산 관련 기업이 22곳으로 최다
정부 212조원 투입 방침…"옥석 가려지는 시점"
건설기성 5% 줄어들면 GDP 0.7% 이상 감소해
자진폐업 366곳…"내년 2분기부터 본격 침체"
[이데일리 김아름 정병묵 기자] 자금 압박으로 멈춰선 건설현장이 전국 곳곳에 속수무책으로 쏟아지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건설사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 ‘돈맥경화’가 심화하면서 사업장 대부분이 적자로 돌아서 먼저 손을 털고 나가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2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올해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 속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징후기업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무너지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채권은행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231개사가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관련 기업이 22곳으로 전 업종 중에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15곳에서 7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신용위험평가는 은행권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절차다. 채권은행은 매년 고객 기업에 대한 재무평가 등의 기본평가를 거쳐 한계기업이나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마이너스기업) 기업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추가로 촘촘한 세부평가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을 네 등급(A·B·C·D)으로 분류한 뒤 C와 D기업에 각각 워크아웃(채무조정)과 회생절차를 추진한다.
금감원 측은 “2022년에 이어 대내외 경기 침체 및 원가상승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올해 본격 금리 상승 영향을 받으면서 높아진 금융비용 부담으로 연체 발생 기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에 정책금융으로 총 212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특히 5대 중점분야에 102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 중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기업 경영 애로 해소에 28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8.9% 늘어난 수치다. 3고 현상과 경기전망 둔화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대상이며 위기의 다수 건설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부동산융복합학회장)는 “악성 미분양이 지속하면 PF 이자도 못 내고 원금뿐만 아니라 건축비 원가도 건질 수 없다”라며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 등이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효과가 있는 대책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꼭 필요한 현장에만 지원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로 버티기 어려운 PF 사업장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 개별 사업지, 개별 투자자 등 PF사업에 관련된 분야는 글자 그대로 옥석이 가려지는 시점”이라며 “주택사업을 포함한 건설경기의 변동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이미 고꾸라지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의 부도는 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달 들어 부도난 건설사만 8곳이나 된다. 2021년 부도 건설사는 12곳, 2022년 14곳, 2023년은 21곳(21일 기준)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진 폐업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3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4건)보다 7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1429건) 21% 늘어난 1729건으로 급증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건설업 등록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추세다. 종합건설업체 신규 등록은 지난해(1~11월) 누적 4953건에서 올해(1~11월) 누적 1068건으로 쪼그라들었고 전문건설업체 신규 등록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4438건에서 올해 4185건으로 줄었다.
이러한 건설업계 자금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특정기간 동안 실제 행해진 공사 물량을 뜻하는 건설 기성이 내년 2분기부터 침체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기성은 2024년 2~5월 사이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 2022~2023년 건축착공이 위축된 영향으로 건설 기성은 2024년 6% 내외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감소 기간 또한 1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 건설경기는 후퇴기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침체기에 진입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GDP 대비 건설투자는 GDP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건설 기성의 위축은 건설투자 감소를 뜻한다”라며 “건설 기성이 단순히 5% 줄어들 경우 GDP를 0.7%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