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이사가면 또 이사오는…`폭탄돌리기` 이주지원
by전재욱 기자
2022.08.12 06:30:00
LH 이주비 최대 90만원 지원받은 반지하 2052세대
전체 1% 미만에 불과한데 문제는 사업 효용
다시 세입자 들어가기 일쑤라 `대증요법` 불과
SH 지원이 체계적이지만 22세대 이주에 불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으로 이사하도록 정부가 지원하지만 양과 질 모두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반지하에서 이사를 가더라도 또 다른 세입자가 전입을 오는 상황을 막을 수 없어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 지난 8일 일가족 3명이 불어난 물에 갇혀 변을 당한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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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LH `지하층 거주자 공공임대 이주사업`의 지원을 받아 거주지를 옮긴 세대는 모두 2052호이다. 사업 원년인 2020년 80호에서 지난해 1056호, 올해는 지난달까지 916호가 각각 지원을 받아 실제 주거지를 옮겼다. 올해 실적을 고려하면 전년 수준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원에 핵심은 임대 보증금 지원이다. 개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세임대는 임대보증금 최대 95%를 연이율 최대 2%대에서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데 서울은 1억2000만원까지 해당한다. 사실상 전액을 싸게 빌릴 수 있지만 액수는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 서울 전셋값 평균은 ㎡당 734만원이다. 24평(79㎡) 기준으로 약 5억8000만원이다. 공사가 매입해서 임대하면 보증금이 50만원으로 싸지만 모두가 이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
절대적으로 미미한 이용 실적은 이사할 유인이 약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5년 전국 반지하 거주지(36만3778호)에서 이주사업 혜택을 본 세대(2052호) 비중은 0.56%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구분하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전체 반지하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8%(34만8782호)인데 이주사업 혜택을 본 비중은 91.3%(837호)로 격차가 난다.
조사 시점과 집계 시점 사이 5~7년 시차가 발생하는 탓에 상당 가구는 멸실이 이뤄진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사업 수혜자가 절대적으로 미미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더 관건은 해당 공간에 또 다른 세입자가 들어가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뒤이어 들어온 세입자는 앞서 간 세입자가 겪은 주거의 열악함을 떠안는 꼴이다. LH는 이주할 주택을 공급할 뿐이다. 공실 관리는 지자체 몫이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반지하 이주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우리 역할은 신청을 받아서 LH에 대상자 명단을 넘겨주는 것까지”라며 “여기서 몇 명이 선정됐는지는 우리 일이 아니라 파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에 누가 선정됐는지 모르고, 공실 운영은 우리가 관여할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 영화 ‘기생충’에서 공간 배경으로 등장하는 반지하 주택.(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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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터에 반지하 주거지 이주 지원은 `대증요법`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임대인이 사유 재산을 자유롭게 임대하는 것은 둘째 문제다. 반지하 이주와 입주가 반복하면 사업에 들인 비용으로 거둘 효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LH가 여태 쏟은 사업비는 최대 약 18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정책 효과를 완전히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울주택공사(SH) 반지하 이주 지원은 LH보다 구체적이다. 공사가 매입 혹은 전세로 확보한 주택을 제공하고 이사비도 지원한다. 임대료가 오르면 차액은 공사가 부담한다. 공실은 다시 임대하지 않는다. 여태 반지하 270호 가운데 실제로 이사한 세대는 22세대에 불과해 이용은 저조한 편이다.
SH 관계자는 “반지하 거주자라도 원하지 않으면 이사를 유인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며 “자신이 거주하는 주변을 벗어나는 데에 대한 거부감도 이주를 꺼리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