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①“취업은 커녕 알바도 못 구해요”…벼랑끝 취포세대

by김기덕 기자
2021.08.10 06:55:00

서울 청년 실업률, 코로나 발생 이전 비해 1.7%P↑
고용률은 개선됐지만…단기 계약직 등 증가 효과
단지 일자리 취업 높아지면서 실업급여도 못 받아
"중소기업 지원 확대…실무형 인재 교육 늘려야"

[편집자주]대한민국 수도이자 정치·경제·상업·문화·교육·첨단 산업의 중심지인 서울의 인구는 약 966만8000명. 이 중 가장 인구 비중이 높은 연령대는 청년층(15~29세)으로 187만명(19.3%)이다. 학업·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전국 각지의 청년이 서울로 몰리면서 청년층을 제외한 전 연령대는 매년 전국 시·도로 전출이 나타나지만, 청년층만 유독 매년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유독 서울 청년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적인 구조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이데일리는 청년 채용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한 서울시 주요 정책을 살펴봤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인터 직무캠프 오리엔테이션 모습.(사진=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5평짜리 원룸에 거주하는 김원상(29·가명)씨는 대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아직 변변찮은 일자리가 없다. 그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식당 청소 등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간신히 유지했는데 사장의 갑작스런 해고 통보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코로나19 상황에 더이상 직원을 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월세가 두 달이나 밀리자 집주인은 다음 달까지 밀린 세를 내지 못하면 방을 빼라고 통보했다.

코로나19 상황에 기업의 구직자 채용 공고도 가뭄에 콩 나듯이 하는지라 김씨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언제 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주변 비슷한 또래와 같이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할까 생각했지만 높은 경쟁률로 바늘구멍을 뚫을 자신도 없는데다 무엇보다 당장 학원비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오늘도 집을 나섰다.

청년 채용시장이 얼어붙다 못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알바 취준생(취업준비생)’, 더 나아가 ‘취포세대(취업포기 세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사태, 최저 임금 증가, 전반적인 내수 침체 등 겹악재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시장 문을 굳게 닫아버린 결과다. 그나마 운이 좋지 청년들은 인턴이나 공공 일자리 등 저품질 일자리 기회를 얻지만 이마저도 단계 계약직에 불과해 실업급여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용률 착시효과…단기 일자리 증가 영향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의 청년층(15~29세) 실업률(실업자/경제활동인구*100)은 9.4%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8.9%)에 비해 0.5%포인트(p)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청년층이 몰리는 서울로 한정하면 실업률은 10.5%로 2019년(8.8%)에 비해 1.7%p나 급증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고용률은 사뭇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전국의 청년층 고용률(취업자/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100)은 2019년 43.5%→ 2020년 42.2%→ 2021년 1분기 42.1%→ 2021년 2분기 44.3%로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점차 수치가 개선되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청년 고용률도 47.5%→ 46.6%→ 48.3%→ 51.3%로 점차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실제 올 6월 현재 전국 청년층 인구 878만4000명 중 취업자는 395만9000명이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직전연도 같은 달에 비해 취업자가 20만9000명이 늘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그러나 고용률 개선은 취업자 수가 부풀리는 일종의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늘어난 취업자 중 상당수가 아르바이트 또는 정부가 대거 돈을 풀어 만든 공공 일자리 등 비정규직 형태의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통계청의 실업률 기준은 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 했으며, 즉시 취업이 가능하고, 1주일에 1시간 이상 수입 활동이 전혀 없을 경우 실업자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단기계약직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면 실업 상태가 아닌 것으로 구분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1,2분기 청년고용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상당수가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혹은 단시간 근로자 고용으로 추정된다”며 “통계자료를 통해서는 이를 명확히 도출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복수의 활동을 하는 경우는 어떤 분류에 속할까. 가령 대학교를 다니는 A씨가 주 20시간 가량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회가 되는 대로 수십 차례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학교를 다니는 학생 신분은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할 뿐더러 최근 4주간 입사원서를 내는 등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기 때문에 실업자에 속한다. 다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의 정의에도 부합한다. 이럴 경우 통계청은 A를 취업자로 분류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학교를 다니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 취업자로 분류한다”며 “복수의 활동상태를 가지게 되는 사람이라면 취업자에 속한 케이스를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것 보다 우선적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청년지원 절실…“실무 중심 교육 확대해야”

정부는 고용확대를 위해 올해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 이미 본예산으로 직접일자리 104만2000개를 편성한데 이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25만5000개,하반기 15만개 이상 등 일자리를 올해만 140만개 이상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도 정부는 33조원을 투입해 재정 일자리 사업을 펼쳤지만 해당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97만명의 고용유지율은 37.8%에 그쳤다. 10개 일자리 중 6개 이상은 사실상 증발해 버린 셈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의 효과가 일자리로 연결되는 고용탄성치가 현 정부 들어 청년,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단기 일자리 증가로 인해 제대로 작동을 안 하고 있다”며 “전일제 고용 기준으로 계산해 실제로 일자리가 얼마나 순증했는지 명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취업게시물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갈수록 단기 계약직 형태인 일자리가 늘고 민간기업 취업 시장 문이 좁아지다 보니 20~30대 청년층이 보다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취업한 사람과 구직활동 중이어서 실업자로 분류된 경우를 제외한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는 총 448만9000명. 이 중 취준생들이 가장 많이 준비하는 시험은 일반직 공무원시험(32.4%)으로 1년 전보다 4.1%포인트 늘었다.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인원 3명 중 1명이 ‘공시족’에 속한 셈이다. 이외에 일반 기업체(22.2%)나 기능 분야 자격증(18.9%), 언론사·공영 기업체(11.9%)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비중은 1년 전보다 낮아졌다.

문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단기 일자리 취업이 많아지면서 실업급여 수령조차도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청년유니온 조사 결과 코로나19가 확산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고용보험 취득 자격을 잃은 청년이 187만명에 달하지만 정작 실업급여를 탄 이들은 24만여명에 불과했다.

이에 서울시는 취준생인 청년을 돕기 위해 2016년부터 만 19~34세, 졸업 후 2년이 지난 청년층을 대상으로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는 약 2만여명의 청년을 선발해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특화캠퍼스를 조성·운영해 AI(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163명이 관련 과정을 수료해 주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창업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부터 청년인턴 직무캠프 사업을 시작해 73개 강소기업에 청년층을 인턴으로 투입하는 일자리 매칭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실제 정직원 채용 이전에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직무훈련 과정을 거칠 수 있는 현장 위주의 실무 교육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투자와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인해 청년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취업 이전에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거나 4차 산업 등 신기술 분야로 교육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