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후 투자전략]"증시 큰 조정은 없다"…PB 10명 한목소리
by이슬기 기자
2020.11.06 00:02:00
트럼프 불복 등 불확실성 지속돼도…"조정은 없다"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위험자산 비중 늘려야"
반도체·FAANG 등 IT株 및 친환경주 비중확대 추천
한·미·중 국가별 자산배분 우위 순서는 의견 갈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미국 대선의 승자가 바이든 후보로 기우는 양상이다. 다만 대선 개표 상황이 혼조를 보이고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이슈까지 겹쳐 관련 이슈는 당분간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일 이데일리의 취재에 응한 주요 증권사 10곳의 프라이빗뱅커(PB) 대부분은 대선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시장이 크게 조정받을 일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오히려 조정받는다면 위험자산 비중확대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유동성 효과는 여전하고, IT 관련주의 성장이 지속되리란 판단에서 다수가 IT 관련주들의 비중확대를 조언했다. 반면 국가별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먼저 미국 대선 이후 단기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설문에 응한 모든 PB들이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된다고 해서 투자전략을 달리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선자의 윤곽은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의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빚어진 혼란은 이미 예상했던 수준의 일인 데다, 시장은 이미 20년 전 고어와 부시 사태를 겪어본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PB가 미국 대선 이후 장기·단기 투자전략을 동일하게 제시했고, 꾸준히 위험자산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김동의 NH투자증권 잠실금융센터 부장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빅테크 기업의 규제가 강해지고 증세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주가가 조정받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는데 상원을 공화당이 가져가면서 우려는 해소된 것 같다”며 “이 정도 상황은 다들 예상했던 수준의 것이라 늘 하던 대로 성장주 위주로 비중을 확대하면 시장을 이길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더 이상의 주가 조정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주가가 하락할 경우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지연 미래에셋대우 마포WM부지점장은 “트럼프가 몽니를 부려서 시장이 빠지는 쪽으로 가면 올해 위험자산,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주식을 편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줄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비중확대 대상 자산으로는 대부분이 여전히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반도체, 5G, 소부장 등 기존 시장 주도주였던 IT 관련주를 꼽았다. 김준연 하나금융투자 멘토스 총괄 부장은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대중국 제재 관련 입장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005930)나 SK하이닉스(000660), 부품사 등 반도체 관련 수혜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민재기 KB증권 프라임 센터 차장은 “반도체는 업황 사이클 자체가 내년에 긍정적”이라며 “바이든·트럼프 누가 됐든지 간에 중립적인 소재·부품·장비 관련 종목들도 유망하다”고 귀띔했다.
친환경 테마가 유효하다는 목소리도 다수 제기됐다. 선우선욱 삼성증권 SNI삼성타운금융센터 PB팀장은 “상원이 공화당 우위라고 해서 친환경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꺾을 수는 없다”며 “친환경주에 대한 투자는 빅테크주 상승에 대한 부담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별 자산배분 비중으로 보면 한국 주식의 상승여력이 더 남아 있다는 의견과 중국 주식에서 기회를 더 찾아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 주식이 득세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먼저 한국 주식이 가격 측면에서 상대적 매력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본점 영업부 부지점장은 “한국엔 아직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대표주들이 많아 국내 주식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며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도 아직 저렴한 업종 대표주이며, 은행주나 건설주 중에서 대형주들도 향후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안전한 투자처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강세 유지에 베팅하는 PB도 있다. 이종원 DB금융투자 평촌지점 과장은 “화웨이가 제재로 힘을 못쓰는 상황이 와도 중국은 정부 주도로 다른 기업을 키울 수 있고, 심지어 외국인에게 경제의 문호도 넓히고 있어 중국 자산 비중을 키우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지연 부지점장은 “아직 미국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증가하는 등의 흐름을 보이고 있어 여전히 주식 자산의 60%는 확실한 미국에, 그중에서도 70%는 테크주를 담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