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아파트 전셋값, 석달새 20% 올라…서민 덮친 전세대란
by김미영 기자
2020.11.03 05:00:21
중저가단지 중심, 전월세 이어 매매까지 오름세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주공5단지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달 19일 전세 4억935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세거래 중 최고가다. 지난 7월 말부터 시작된 ‘2+2년’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의 전세가는 4억원이었다. 석달 새 20% 넘게 뛰었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치솟은 전셋값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나올 지경이다. KB국민은행의 ‘KB주택가격동향’을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8월(5억111만원)보다 7.5% 상승했다.
특히 서울에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져 우려를 낳고 있다. 금천구 11.0%, 은평구 10.3%, 강북구 9.5%, 노원구 9.0% 등이다. 반면 강남권의 변동률은 송파 8.8%, 서초 7.6%, 강남 7.1%였다. 서민들이 전세대란의 피해를 더 크게 입고 있단 의미다.
월세 가격도 오름세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6일 보증금 4억원, 월세 210만원에 거래됐다. 6월엔 같은 보증금에 월세가 140만원이었다. 인근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는 없고 월세가 그나마 있는데 집값도 올랐고 집주인들이 한번에 많이 받으려 하다 보니 월세가 같이 올랐다”고 했다.
임차인의 주거비용 부담은 뾰족한 전세대책 없인 한동안 계속 불어날 공산이 크다. 정부가 향후 10년에 걸쳐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집주인들의 세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임대를 놓은 집주인들은 전월세 가격을 최대한도로 올려 세입자에 세부담을 전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우울한 전망은 또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내년 전셋값은 5% 이상 올라 올해보다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중저가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는 매매가격도 심상찮다. 치솟는 전월세 대신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가 커지면서 매매가가 오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춘욱 EAR대표는 “전셋값은 비싸고, 9억원 넘는 집은 대출 규제가 있으니 감당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로 매매수요가 몰리는 것”이라며 “전월세, 매매까지 부동산 시장 전체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홍 대표는 “문재인정부가 임차인 보호라는 공약을 지키려다보니 의도는 선했다해도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