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20.04.17 06:00:00
국회 인뱅법 부결하자 꺼내든 플랜B
금융당국 적격성 심사 통과해야 실행
현행법상 문제 없지만 규제우회 비판
임시국회서 특례법 통과되면 한시름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BC카드가 KT를 대신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나서기로 했지만 넘어야할 산이 남이 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결격사유가 있는 KT가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규제를 우회한다는 비판 여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BC카드의 계획은 모회사인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 (약 2230만주)를 약 363억원에 먼저 인수하고, 오는 6월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4%(7480만주)까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BC카드는 케이뱅크의 새로운 1대 주주가 된다. KT는 현재 BC카드의 지분 69.54%를 보유하고 있다. BC카드를 이용해 KT가 간접적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한도 초과 보유심사(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지분을 10%, 25%, 33% 이상 초과 보유하려면 적격성 심사를 넘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KT가 BC카드를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내세우는 데 법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KT의 자회사라고 해도 BC카드가 결격이 없다면 대주주 심사를 통과하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제처도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주식을 실제 보유하려는 회사가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례도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어겼던 한국투자증권 대신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운용에 넘기면서 적격성 심사를 통과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케이뱅크 증자 과정에서 도울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KT로서는 자회사를 동원해 규제를 회피한다는 비판이, 금융당국으로서는 승인을 해주면 적격성 심사를 스스로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부담스러운 처지다.
특히 한투지주는 최대주주에서 2대 주주로 지분을 줄이는 과정에서 심사를 받았지만, KT는 지분을 확대해 1대 주주로 올라서려 우회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법적 근거와 별개로 BC카드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구조”라면서 “금융당국이나 KT 모두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약속대로 조만간 열릴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당국이나 KT 모두 한시름 덜 수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부결에 사과하고 총선 뒤 첫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번 부결된 법안은 새 회기에서 법안을 다시 발의한 후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총선 이후 임시국회인 만큼 국회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적격성 심사 신청이 접수되면 전례나 현행법규, 금융시장 상황, 은행의 경영정상화 전반을 살펴보고, 법과 규정에 따라 검토해본 뒤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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