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생활물가]①'저물가' 웬말···김밥·라면 '서민물가' 뜀박질

by김유성 기자
2019.06.04 06:30:00

생활물가 뛰는데…소비자물가 상승률 넉 달째 0%대?
김밥·라면·자장면, 저가 서민식품 ‘가격 상승폭’ 특히 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부작용…생활물가 끌어올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즉석밥 등 가공식품 매대.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생활물가가 치솟으며 소비 위축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단돈 몇 천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김밥과 라면, 자장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데일리는 저물가 시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서민물가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내 음식점 식단과 마트에서 유통되는 주요 식료품의 최근 10년간 가격 추이를 조사했다. 근거 데이터는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과 서울시 물가정보 홈페이지 내 품목별 가격 정보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최근 2년간 김밥과 라면, 자장면 등 서민음식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데 판매 단가가 낮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생활물가 상승률. (도표 = 문승용 기자)
올해 4월 기준 서울시내 음식점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243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올랐다. 김밥 한 줄 먹으려면 최소 2500원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분식집 라면과 자장면도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탕수육이나 삼겹살처럼 가끔 먹으면서 고가인 음식의 상승률은 이보다 적었다. 일부 메뉴는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장바구니 물가도 서민들의 고충을 외면했다. 소주는 5월 기준 1423원(소매기준)으로 전년 대비 12.1% 올랐다. 2017년 0%였던 맥주 1캔(355㎖) 가격은 지난해 6.5%, 올해 5.6% 다시 올랐다. 식당에서는 ‘소맥(소주+맥주)’ 메뉴가 기본 1만원부터 시작이다.



아이들이 많이 먹는 우유도 가격 상승폭이 컸다. 마트 기준 우유 1ℓ 가격은 2680원으로 전년 대비 15.2% 올랐다. 즉석밥인 햇반은 7.7% 인상된 1652원이었다. 우유와 즉석밥 가격에 영향을 미친 건 원유와 쌀 등 원재료값 상승이다. 경기는 불황을 우려할 정도인데 생필품 물가만 뛴 것이다.

김미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팀장은 “기업 이익이 늘면 근로자들의 수익도 함께 늘고 경제 소비가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소득이 더 늘기 어렵다는 심리 때문에 소비가 더 위축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0.8%)부터 4월(0.6%)까지 4개월 연속 0%대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황 속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는 살리면서 서민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재정확대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