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둘중 한명 꼴`, 이상한 듯 이상하지 않은 1·2가구

by송이라 기자
2019.03.15 06:09:00

나홀로 가족, 혼자 놀거리 많아…집에서 되레 해방감
주택청약 밀리고 대출 쉽지않아…정책배려 아쉬워
동거가구, 상대방 성향 파악에 경제적 이득 감안
문란하다는 편견과 사실혼 정책소외 등은 불만
1·2인가구 비율 55%…"관계·돌봄 중심 정책 필요"

삽화=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송이라 황현규 조해영 기자] 나는 혼자 산다. 스무살 때부터니 벌써 햇수로 11년차다. 기숙사와 하숙집을 거쳐 원룸에 정착했다. 옆방에 다른 사람이 있던 하숙집과는 달리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생활할 수 있는 내 공간이 있다는 데 안정감을 느낀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TV부터 켠다. 집에 적막감이 도는 게 싫다.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나마 낫다. 어릴 때 보던 `짱구는 못말려`나 `심슨` 같은 가족 만화영화를 틀어놓거나 유튜브, 가끔은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을 듣기도 한다. 보통 6시반에서 7시쯤 일어나 간단히 시리얼이나 주스를 먹는다. 출근하기 바빠 아침은 주로 굶는 편이지만 챙겨먹고 싶은 날은 전날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5~6시 현관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샛별배송을 종종 애용한다.

그래도 혼자 사니 가장 아쉬운 건 먹는 것이다. 특히 쉽게 물러지는 과일은 한 번 사면 버리는 게 반이다. 얼마 전에도 파인애플 통조림을 샀는데 세 개 먹고 다 썩어 버렸다. 밥은 주로 밖에서 먹는다. 퇴근하면 8시, 야근이나 회식이 있을 땐 11시~12시나 돼야 집에 온다. 퇴근 후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반려견과 놀면서 밀린 넷플릭스를 볼 때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 동영상 몇 개 보고 다음 날 출근 준비하다 보면 잘 시간이다. 빨래나 청소는 주말에 몰아서 하는 편이다.

주변에서 자취를 오래하면 외롭지 않냐고 묻는데 밖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 집에 오면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때가 많다. 가끔 심심하다고 느끼지만 요즘엔 혼자 놀거리도 많다. 유튜브로 아이돌 브이로그를 보고 축구, 요리, 드라마 등 주제별로 볼게 넘쳐나니 외로울 틈이 없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인 걸.

가장 큰 걱정은 언제까지 원룸에서 살아야 하느냐다. 혼자 살아도 깨끗하고 치안이 잘 돼 있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임대아파트나 행복주택에 살고 싶은데 1인가구는 분양순위에서 늘 밀린다. 1인가구가 분양에 당첨됐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저출산 시대라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너무한다 싶다.

그렇다고 전세대출이 쉬운 것도 아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버팀목대출, 중소기업청년전세자금대출은 대출조건도 까다롭고 집주인들이 귀찮아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보증금 2000만원에 다달이 60만원씩 월세로 내자니 내 집 마련은 꿈도 못꾼다. 아직까지는 결혼 생각이 없지만 늙을 때까지 원룸에 혼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답답하다. 1인가구를 일시적 형태가 아닌 하나의 가구 형태로 인정해 좀 더 다양한 지원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둘이 산다. 취업 전 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연인과 함께 살고 있다. 동거를 결심한 건 결혼 전 서로의 성향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다. 고향이 모두 타지라 서울에 살 곳을 구해야 하는데 같이 살면 집세가 줄어드는 장점도 고려했다.

2년 반째 동거 중인데 살아보지 않으면 모를 것들을 알게 됐다. 특히 서로의 경제관념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생활적인 면들로 싸울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볼 수 있는 점은 동거의 가장 좋은 점이다. 연애만 한 뒤 결혼했더라면 얼마나 리스크가 컸을까 싶다.

같은 집에 살지만 각자 시간과 공간을 배려해주는 게 중요하다. 집안일은 분담한다. 한 명이 요리를 하면 다른 한 명은 설거지, 빨래, 청소 등 다른 일을 한다. 혼자 살다 둘이 사니 가장 좋은 건 내 옆에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과 혼자 있을 땐 대충 먹던 끼니를 잘 챙겨 먹는다는 것이다. 생활비는 공통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각자 월 40만원씩 모은다. 이 돈으로는 식비, 생필품, 공과금 등을 내고 여행을 가거나 외식할 때는 여유있는 사람이 지출하는 식이다. 조만간 결혼을 할 예정이긴 하지만 아이 낳을 생각은 없다.

서로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동거인은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점, 아직까지는 문란해 보일 수 있다는 주변의 편견과 싸워야 한다는 점, 신혼부부와 다를 게 없는데 대출받을 때 사실혼은 인정 안된다는 점 정도가 그나마 아쉬운 대목이다. 얼마 전 회사 상사들이 뒤에서 내가 동거한다며 책임감 없다고 수근대는 걸 듣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동거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학창시절에 그저 좋다는 이유로 동거하는 커플도 있었는데 백이면 백 다 깨졌다. 금기시할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인을 사귈 때마다 할 만큼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가족이 달라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혈연 중심의 가족에서 1인가구 혹은 동거 등 비혈연, 또는 아이를 낳지 않는 2인가구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대 4%에 불과했던 1인가구는 2015년 27.2%로 주된 가구가 됐고 2017년엔 28.6%까지 늘었다. 2인가구 역시 꾸준히 증가해 2017년 전체 가구의 26.7%로 1인가구에 이어 전체 가구 중 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 2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55.3%로 절반이 훌쩍 넘는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35년쯤에는 1, 2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가족정책은 혈연 관계 중심에서 돌봄과 관계 중심으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1인가구와 2인가구 각각 6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해 일인칭 시점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