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바이오의약품 국산화에…대상포진백신 독점 풀렸다
by김지섭 기자
2019.02.01 06:00:00
R&D 투자 통해 바이오시밀러·대체약 개발
667억원 어치 수입하던 대상포진백신, 약 350억원 국산 대체
644억원 어치 수입하는 아바스틴, 셀트리온·삼성 등 국산화
황반변성 치료제·폐렴구균백신 등 주요 적응증 개발 활발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SK케미칼(285130), GC녹십자(006280), 셀트리온(068270)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바이오의약품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수입약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거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수출 동력으로도 삼고 있는 것이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입규모는 2015년 7억3821만달러(약 8349억원)에서 2016년 9억1139만달러(약 1조307억원), 2017년 10억4234만달러(약 1조1788억원)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합성의약품보다 약값은 비싸지만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 비중이 늘고 있다.
이중 지난 2017년 가장 많이 수입한 바이오의약품은 한국엠에스디의 대상포진 예방백신 ‘조스타박스’로, 2017년 수입액이 5900만달러(약 666억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14.7%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SK케미칼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8년동안 4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두 번째로 개발, 지난 2017년 12월 국내 출시한 대상포진 예방백신 ‘스카이조스터’로 인해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카이조스터는 출시 1년 만에 매출 350억원을 돌파, 그간 시장을 독점해온 조스타박스 시장의 약 30~40%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백신이 독점하던 시장을 국산 백신이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를 증설하면서 백신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GC녹십자의 움직임도 주목할만 하다. 자체 제품인 ‘그린진에프’가 지난 2017년 3679만달러(약 415억원) 어치를 수입한 샤이어파마코리아의 혈우병 치료제 ‘애드베이트’와 국내 시장을 분담하고 있다. GC녹십자가 샤이어와 협의해 애드베이트를 들여와 팔면서도, 자체 개발한 그린진에프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것. 자사 제품과 같은 병을 치료하는 약을 도입해 파는 것은 국내에서 환자 약 1600명으로 추산되는 혈우병 시장에서 GC녹십자가 지배력을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애드베이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약 184억원, 그린진에프는 약 42억원 어치를 팔았다.
GC녹십자가 개발한 그린진에프는 오염 우려가 제기되는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아미노산을 사용해 안전성을 높인 혈우병 치료제로 지난 2010년 국내 출시했다. 지난 2016년까지 그린진에프의 미국 출시를 위해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했지만 중단하고, 전략을 변경해 현재 중국 진출을 위해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임상을 마치고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셀트리온이 전 세계에서 연간 1조원 어치 이상 팔고 있는 램시마는 국내에서도 지난해 3분기까지 약 165억원 어치를 처방하며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17년 수입액이 5702만달러(약 645억원)에 달하는 한국로슈의 대장암치료제 ‘아바스틴’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 유럽 특허가 끝나는 2020년께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바이오기업 3S바이오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에 대한 중국 판권계약을 체결하며 향후 중국 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로슈의 유방암치료제 ‘허셉틴’의 경우 지난 2017년 600㎎·100㎎ 두 용량을 총 6723만달러(약 760억원) 어치 수입했다. 두 용량을 합하면 가장 수입액이 큰 조스타박스를 넘어선다. 그러나 이 약도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지난해 3분기까지 약 45억원 어치를 팔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삼페넷’도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판매하며 국내 주요 병원에 진입하고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유럽·미국서도 허가받아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입(4831만달러)한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 △한국오노약품이 수입한 ‘옵디보 100㎎’(2433만달러)와 한국엠에스디가 수입한 ‘키트루다’(2433만달러) 등 면역항암제는 셀트리온, 디엠바이오 등 △바이엘코리아가 수입(2135만달러)한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는 알테오젠(196170), 삼천당제약(000250) 등이 대체할 약들을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력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수입 바이오의약품의 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국내 의료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서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대상포진 예방백신 스카이조스터(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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