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선택' 허민회, CJ ENM 비상 초석 다진다

by송주오 기자
2018.06.28 06:30:00

허 대표, CJ오쇼핑 맡으며 미디어커머스 경험
그룹 내 대표 구원투수로 실적 반등 이끌어 내
경영총괄직 맡으며 이재현 회장 공백 메워

다음달 1일 출범하는 CJ ENM 대표이사에 선임된 허민회 CJ오쇼핑 대표. (사진=CJ)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CJ그룹 역점 사업인 미디어커머스를 이끌 ‘CJ ENM’ 초대 수장으로 허민회 CJ오쇼핑 대표(총괄부사장)가 선임됐다.

CJ그룹은 허 총괄부사장을 CJ ENM 대표로 선임한다고 27일 밝혔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CJ ENM은 CJ오쇼핑과 CJE&M의 합병법인으로, 그룹의 미디어커머스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CJ ENM 대표로 허 총괄부사장이 낙점된 데에는 미디어커머스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등이 주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그룹 내에서 미디어커머스 분야를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CJ오쇼핑을 이끌면서 미디어 콘텐츠와 홈쇼핑의 커머스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난해 11월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를 쇼호스트로 등장시킨 게 대표적인 예다. 슈퍼주니어는 단 50분 만에 셀렙샵 ‘씨이앤(Ce&) 롱다운 점퍼’를 1만9000점 이상 팔아 총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9억원 어치의 ‘에이비자르’ 마스크팩 세트도 완판 했다.

올해 3월 tvN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와 홈쇼핑 방송을 결합한 ‘코빅마켓’을 선보여 2시간 가량 방송에서 총 주문 금액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경영 행보에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도 입증했다.

2011년 말 CJ푸드빌 대표로 취임한 뒤 뚜레쥬르 매장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체질 개선에 성공한 CJ푸드빌은 2014년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하면서 기나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CJ오쇼핑에서의 활약도 눈부셨다. 지난해 CJ오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600억원, 2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 25.5% 신장했다. 특히 적자에 허덕이던 태국 GCJ가 2012년 6월 개국 이후 5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

누구보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 철학을 잘 아는 ‘정통 CJ맨’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1989년 CJ제일제당 입사 이래 CJ헬로비전·CJ푸드빌·CJ올리브네트웍스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그룹의 DNA를 체화했다.

그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 기간 그룹 경영 총괄을 맡아 이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일조했다. 경영총괄직은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5인의 경영위원회를 지원하며 그룹 전반을 챙기며 ‘안방 살림’ 역할이다.

허 총괄부사장이 이끌게 될 CJ ENM은 △프리미엄 콘텐츠 경쟁력 강화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 △콘텐츠 기반 버티컬 유통 플랫폼에 주력한다. CJ E&M의 콘텐츠 역량을 높이고 CJ오쇼핑과 융합해 차원이 다른 장수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시대 트렌드에 맞춰 최근 베트남에 DADA스튜디오 베트남도 세웠다. 1000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용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동영상에서 소개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동남아 전자상거래 업계 2위인 ‘Shopee’의 말레이시아 몰에 ‘DADA 뷰티몰’ 개설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200여편을 제작 중이어서 연간 1200여편의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다.

패션·뷰티 등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시장에 특화한 버티컬 커머스로 국내 우수한 제품을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도 맡을 방침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여러 계열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업무를 익히며 위기관리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며 “CJ그룹에서 줄곧 근무해 그룹의 가치와 철학, 전략 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J ENM 대표이사 아래 △E&M 부문 △오쇼핑 부문을 두고 허 총괄부사장을 대표이사 겸 E&M 부문 대표로, 허민호(54)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부문 대표(부사장)를 오쇼핑 부문 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허민호 대표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부문 대표에는 구창근 CJ푸드빌 대표이사(부사장대우·45)를 이동인사하고 CJ푸드빌 신임 대표이사에는 CJ CGV 정성필 국내사업본부장(상무·51)을 임명했다.

구 대표는 그룹 내 가장 젊은 CEO로 CJ주식회사 기획팀장, 전략1실장 등을 거치며 그룹 내 주요사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키웠으며 지난해 7월부터 푸드빌 대표이사를 맡아 외식 서비스 사업의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정 대표는 CJ헬로비전과 CJ CGV의 CFO를 지낸 ‘재무·관리통’으로 지난해 3월부터 CGV 국내사업본부를 맡아 착실히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