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압승에 편승한 개혁과제 밀어붙이기

by논설 위원
2018.06.18 06:00:00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본격 행보에 들어갔다. 그동안 예고됐던 대로 경찰에 대폭적인 수사 자율권을 허용하고, 검찰은 사후에 경찰 수사를 통제하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자치경찰제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박상기 법무장관과 김부겸 행안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및 이철성 경찰청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검찰·경찰 개혁 구상을 밝혔다고 한다. 경찰청장 후임에 그동안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민갑룡 차장이 내정된 데서도 청와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잠시 주춤했던 수사권 문제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 조국 민정수석 주도로 마련된 권력기관 개혁방안이 야당의 반발과 이해관계 충돌에 부딪쳐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동력이 탄력을 받게 됐음을 말해준다. 청와대 회의에서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한 검찰 내부의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이미 큰 물줄기를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방적인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정부의 개혁과제 드라이브 의지는 비단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월성원전 1호기가 아직 운영허가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지난 15일 갑자기 폐쇄 결정이 내려진 것도 마찬가지다. 한수원은 이와 함께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모두 4기의 신규원전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종결하기로 의결했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중점 정책인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일 것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비핵심 계열사나 비상장사 지분을 처분하라”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언급은 물론 금주 안에 초안이 공개되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의 기류도 마찬가지다. 판문점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대북 후속대책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추진되고 있는 기존 사업을 무리하게 중단하거나 되돌리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 방향이 옳을수록 원칙과 절차를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