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경보음]④결국 꺼지게 될 거품?
by방성훈 기자
2017.09.17 09:11:09
불법·범죄 수요 없어지지 않는한 쉽지 않을 듯
"비트코인 거래 중단은 100달러 지폐 없애는 것과 같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엔터테인먼트업에 종사하는 김 모씨는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불법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시도했으나 비트코인 결제만 가능하다는 공지에 포기했다. 지난 5월과 6월 랜섬웨어 워너크라이 공격으로 전 세계 150개국에 대규모 피해를 입힌 해커들은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비트코인이 이슬람 테러단체의 활동자금 지원에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금보다 3배 가량 비싸진 비트코인. 정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주장한 것처럼 결국 거품은 꺼지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트코인 이용자들이 스스로 사용을 포기할 경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트코인이 유통되지 않더라도 다른 가상화폐가 그 자리를 꿰찰 확률이 높다.
비트코인의 폭등 뒤에는 자금세탁과 매춘, 마약 및 무기거래, 테러 등과 같은 범죄에 비트코인을 악용하는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이먼 회장은 “만약 당신이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북한 같은 곳에 사는 마약밀매업자, 살인자 같은 사람이라면 미국 달러보다 비트코인을 쓰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통화공급이 부족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곳에서는 비트코인이 유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의 마약·알코올 연구그룹 GDS도 지난 6월 불법거래 사이트 다크웹을 통한 마약거래가 2014년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비트코인 거래 활성화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다크웹은 접속을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으로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어 주로 범죄에 활용된다.
범죄자들이 수많은 가상화폐 중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높은 수준의 보안성과 익명성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위조될 위험이 낮다. 또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P2P 방식이어서 당사자들 외엔 누구와 거래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기보단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가상 지갑에 보관할 수 있는데, 최근 케임브리지대학이 펴낸 암호화폐 벤치마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약 580만명이 이러한 지갑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비트코인이 더 이상 불법적인 거래에 쓰일 수 없다면, 즉 세계 각국 정부가 규제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다이먼 회장은 “각국 정부가 규제를 받지 않는 화폐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무언가 잘못되면 정부가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로벌 보안전문가 리처드 핸더슨은 “마약 딜러나 자금 세탁을 근절시키겠다면서 비트코인 랜섬웨어를 중단시킨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100달러 지폐를 더 이상 찍어내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