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17.08.31 05:00:00
각종 대형화재에 무기단열재 시장 관심 UP
그라스울 시장 규모도 올해 10% 신장 예상
KCC, 벽산 등 업계 증설 경쟁 치열히 전개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올들어 런던, 두바이 등에서 대규모 고층건물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외장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불에 타지 않아 불길 확산 방지력이 높은 무기단열재 수요가 급증세다. 국내 건축자재업계도 최근 경쟁적으로 무기단열재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시장 선점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발생한 영국 런던의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의 대형화재참사와 이달 초 일어난 UAE 두바이의 86층 ‘토치 타워’ 대형화재.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두 화재사건은 빌딩에 불어 잘타는 외장재인 유기단열재를 사용해 불이 발생하자마자 건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전체 건물로 번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기단열재는 탄소가 함유된 재료를 사용해 대부분 가연성이며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단열재는 유기단열재와 탄소가 함유되지 않은 무기단열재로 나뉜다. 가연성인 유기단열재와 달리 무기단열재는 불연소재여서 최근 화재시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소비자들과 건설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열재 시장은 약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이중 무기단열재는 2000억~2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 1~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건축시장에서는 시공비용이 저렴한 유기단열재 수요가 절대적이었지만 이런 사회적 관심덕에 최근들어 무기단열재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유리원료를 용융시켜 만든 섬유)’의 올해 건축용 시장 규모도 전년 대비 10% 이상 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건자재 업체 KCC(002380)는 지난달 착공에 들어간 한화건설의 수원 컨벤션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자사의 그라스울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발주한 이번 공사는 내년 완공 예정으로 KCC는 내년 상반기께 그라스울을 납품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발주시 시공비용은 더 들더라도 화재 위험성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아 무기단열재 납품이 늘었다”며 “국내외 여러 화재 사고가 발주처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무기단열재 시장 비중이 유기단열재와 비등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단열재 시장은 약 61조원 규모로 이중 유기·무기단열재 비중은 각각 47%, 40%였다. 국내 시장에서의 무기단열재 비중(10%)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화재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점차 커지면서 국내도 향후 글로벌 시장 추이와 비슷하게 무기단열재 비중이 40% 선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자재 업체들의 행보도 분주하다. 무기단열재 시장에서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KCC는 올 상반기 김천공장에 연간 3만톤 규모의 그라스울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상업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미네랄울, 세라믹화이버 등 무기단열재를 생산해오고 있다.
벽산(007210)도 KCC의 뒤를 따라 증설에 뛰어들었다. 벽산은 지난 6월 익산공장 그라스울 생산설비 증설에 32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공사 준비에 한창이다. 업계 1, 2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무기단열재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무기단열재 시장은 KCC, 벽산, 한국하니소 등 3사가 주도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외단열재의 난연(難燃) 성능에 대한 법적 기준이 낮은 것은 업계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현행 건축법상 6층·22m 이상 건축물 외단열은 불에 일부만 타는 준불연재부터 사용이 가능해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무기단열재(불연재)보다 유기단열재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 고층 건물이 많아지고 대규모 화재 위협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험방식과 법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험방식도 실물크기의 모형을 통해 실제 화재 환경을 구현해 정확한 내화성능을 평가해야 한다”며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건축법을 개정해 고층 건물 외단열에 준불연재가 아닌,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