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7.03.10 05:3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건지, 키우겠다는 건지….”
얼마 전 만난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정부의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를 두고 내뱉은 하소연이다. 집단대출 받기가 어려워진 만큼 분양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 사업을 아예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단대출은 분양아파트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에게 집단적으로 중도금이나 잔금 등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가계 부채가 1344조원에 이르자 정부는 집단대출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 지난 2월 기준 6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11조2075억원으로 전월(111조7289억원)보다 5000억원 가량 줄었다.
‘내 집 마련’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서민의 꿈이다. 다달이 월세를 내다 보면 종잣돈 한푼 모을 수가 없다. 전세를 간신히 구한다 해도 2년마다 빠른 속도로 오르는 전셋값이 원망스럽다. 이렇다보니 아파트 청약통장을 만들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내 집 마련 전선에 뛰어드는 서민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는커녕 어렵게 만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집단대출 규모는 108조원으로 1344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서 10%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기준 집단대출 연체율은 0.38%로 가계 신용대출의 연체율 0.57%보다 훨씬 낮다. 가계대출 숫자를 관리하기 위해 비교적 관리하기 편한 집단대출에 규제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규제에 당장 중도금이 필요한 중산층·서민들은 주택담보대출 쪽으로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은 집단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은데다 금융권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대출 이자율을 올리고 있다. 풍선처럼 한 곳을 압박하자 다른 한 곳이 되레 부풀어 오르는 셈이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가계부채 숫자를 줄이려다 서민들의 고통만 키우는 게 아닌지, 가계부채 관리 방법론을 돌이켜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