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영은 기자
2016.08.29 06:00:00
법 시행일 한달 밖에 안 남았지만 관련 문의 폭주
전화 문의 하루 1000통 이상…유권해석 놓고 고심
직종별 매뉴얼 발간도 늦어져…법 시행 후에도 혼란 불가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기사를 읽고 문의사항이 있는데, 법인카드로 식사를 한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는 건 권익위의 유권해석인가요? 고객사의 요청으로 내용을 확인 중인데 권익위측과 제대로 통화가 안 돼서요”(로펌 소속 변호사 A씨)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질의사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시행을 앞두고 바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질의사항에 대한 답변은 도대체 언제쯤 받아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질의만 받고 답변은 없는 것인지? 전화도 안되고… 다른데도 아니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말입니다” (권익위 홈페이지 질의응답 문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폭주하는 문의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심판이 제기된 김영란법의 4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서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 시행이 확정된 이후 관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권익위 콜센터의 경우 헌재 판결 전에는 하루에 수십통 수준이던 전화 문의가 판결 직후에는 1500통 가량으로 치솟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잠잠해지긴 했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도 하루에 1000통 이상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 시행일(9월28일)이 다가오면서 관련 문의가 잦아 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헌재 판결 직후 급증했던 문의가 이후 조금 줄었다가 최근에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통화 연결이 어렵다는 민원도 많지만 현재로선 모든 문의에 대응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한 문의도 급증세다. 권익위 홈페이지에 김영란법 관련 문의를 올리는 게시판에는 최근 일주일(평일 기준) 동안 평균 34건의 문의가 올라오고 있다. 한 개 글에 보통 2~3가지 문의사항이 함께 올라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도 60~70건의 문의가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오는 셈이다. 이메일 문의 역시 현재 인력으로 다 확인이 어려울 정도라는게 권익위측의 설명이다.
절대적인 양(量)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이 까다로운 점도 권익위가 답변에 애를 먹는 이유다. 주무부처로인 권익위의 답변이 유권해석의 성격을 가지는만큼 자칫 기존 법과의 충돌이나 해석상의 문제가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콜센터나 홍보담당관실 위주로 대응했으나 최근에는 법무보좌관은 물론 청렴총괄과 등을 거쳐,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의 경우 권익위원장까지 직접 확인한 후에 답변을 내는 등 관련 절차도 복잡해졌다.
권익위측은 “처음에는 적용 대상과 시기, 과태료 부과 등 처벌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뤘다면 구체적인 사례가 김영란법 위반인지 유권해석을 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례가 워낙 다양해서 민감한 사안의 경우 위원장에게도 자문을 구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 한달 전인 이달 말까지는 낼 예정이었던 직종별 매뉴얼 발간도 늦어지고 있다. 권익위는 사립학교 교원, 기자, 공공기관 근무자 등 3~4개 직종에 대해 매뉴얼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의 문의를 바탕으로 자주하는질문(FAQ)과 시행령에서 명시되지 않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려 했으나 관련 문의에도 허덕이면서 일단 다음달 초로 매뉴얼 발간을 미룬 상태다.
정부 내에서도 아직 시행령안에 대한 이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관련 문의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 시행 이후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강의 요청도 계속 늘고 있어 해당 과에서는 이전의 대여섯배의 달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법 시행 이후로도 한동안 넘쳐나는 문의과 강연 요청 등을 소화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유권해석이란? 국가기관이 내놓는 구속력 있는 법의 해석. 국가의 권한 있는 기관이 법의 의미내용을 확정하고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공권적 해석 또는 강제적 해석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