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5.03.19 06:00:01
북한이 또 개성공단을 볼모로 잡으려는 움직임이다.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근로자 임금을 이달부터 올려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관련 일부 조항을 개정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월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올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북한측 요구를 거부하고 회의를 열어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묵묵부답이다.
북한의 갑작스런 임금인상 요청 통보 이유를 살펴보면 가관이다. 개성공단이 북한 땅에 있기 때문에 공단 규정은 남측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억지가 있을 수 없다. 공단 근로자 임금은 매년 8월 남북 합의로 결정하며 그 상한선은 5%로 한다는 게 기존의 남북 합의다. 북측 결정과 통보는 이런 합의를 깬 처사로 우리가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공단 출근길 보수, 낡은 상수도관 관리, 토지사용료 부과 협의 등을 요청했다. 공단을 볼모로 삼고 각종 요구사항을 끝없이 내놓고 있다. 어깃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양측은 2013년 8월 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개성공단 내 적용되는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규정에 서명했다. 그런데 북한이 한마디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면 과연 어떤 나라가 북한에 투자할 것인가.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민족화해와 경제협력을 통해 상생을 구현하는 무대다.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 노동력이 결합한 사업장이다. 이곳에서 이뤄진 누계 생산액만도 26억달러에 달한다.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경제협력에 더없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부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북한도 공단 운영상 각종 제도개선은 남북 당국 간 협의로 이뤄진다는 기존 약속을 지킨다는 의지로 화답해야 한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북측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